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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환영 그리는 '밀당'을 한다"

브로드웨이 무대 오른 '일루셔니스트' 유호진
닐 사이먼 극장서 세계적 마술사 6명과 공연

두 손에서 사라진 종이를 붙잡고 어루만지고 또 사라져버린 종이를 다시 붙잡는가 싶더니 종이는 이내 산산이 흩어져 스르르 흘러내린다. 마술사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빈손에서 다시 피어나오는 종이를 보며 관객들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두 손만의 재주로 브로드웨이 마술쇼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s)' 무대에 오르는 유호진(22.사진)은 마술카드를 만지는 일을 "밀당(밀고 당기기)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닿을 것 같지만 닿을 수 없는 환영을 그려내는 자신을 마술사라기보다 '일루셔니스트'라고 소개했다. 기술을 가지고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마술사라면 일루셔니스트는 마술이라는 재료를 통해 예술적인 환영을 그려주는 행위 예술가라는 것. 그는 19일부터 약 7주간 맨해튼 닐 사이먼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6명의 세계적 마술사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8살 때부터 마술카드를 만지기 시작했던 그는 19세가 되던 지난 2012년 세계 마술올림픽(FISM)에 출전 64년 세계마술연맹 역사상 아시안 최초.최연소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 공부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며 "주위에서는 마술을 어린이 놀이쯤으로만 취급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마술로 끝까지 잘 놀았다"며 웃음지었다.

이번 공연에서 '매니퓰레이터(Manipulator)'로 오르는 유호진은 특수장치를 이용하는 다른 출연자들과는 달리 대사 없이 두 손으로만 무대를 꾸민다. 그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는데 사실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며 "하지만 공연 후 불이 켜지면 보이는 관객들의 눈빛을 여러 차례 보다 보니 그 기억이 쌓여 이제는 무대에서 실제로 관객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빈손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카드에서 어떤 관객들은 사랑을 투영하고 어떤 관객들은 꿈을 보기도 해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3년간 수 차례 세계 공연을 돌며 느낀 건 한국은 마술사에게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 그는 "한국과 서양이 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다르다"며 "서양은 마술사의 꿈을 오랫동안 가질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이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유호진의 꿈은 '유호진만의 마술쇼'를 여는 것. 그는 "무대에서 감정 소비가 많은 직업이라 오래 할 수는 없지만 오프 브로드웨이 등에서 단독 공연을 열어 오로지 내가 원하는 무대로만 장식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조은 기자

lee.joe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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