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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카뮈의 '이방인'과 이슬람포비아

김완신/논설실장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다. 기억은 확실하지 않지만 책이 그다지 두껍지 않아 '만만하게' 보고 읽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 나이에 적합한 책은 분명 아니었다. 당연히 책을 읽고 남은 생각도 상당히 유치했었다.

'오늘, 어머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뫼르소다. 소설에는 뫼르소가 강렬한 햇빛이 비치는 해변가에 갔다가 우연히 아랍인 남자를 살해하는 내용이 나온다. 뫼르소가 아랍인에게 쏜 4발의 총격은 부조리와 실존 문학의 정점이었지만 이 장면에서 철없는 독자는 엉뚱한 의문을 가졌다. '프랑스에 왜 아랍인이 살고 있지?' 결국 중학생의 '이방인' 독후감은 두 가지로 끝났다. 뫼르소는 '나쁜' 사람, 그리고 '아랍인이 왜 프랑스에 살까'라는 의문이다.

어릴 적, 유럽에는 백인만 살고 아프리카에는 흑인만 있는 것으로 알았다. 당연히 프랑스 소설에 등장하는 아랍인도 생소했었다. 이후 다른 작품에 자주 나오는 아랍인들을 보면서 프랑스가 백인만의 나라는 아니라는 사실과 그들에 대한 프랑스인의 경계심도 알 수 있었다.

지난 13일 파리에서 연쇄 테러로 최소 132명이 사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최악의 참사다. 프랑스에서 아랍계 무슬림의 인구비중이 높아지면서 테러의 위험은 항상 예견돼 왔다. 현재 약 600만명의 무슬림 거주하고, 전체 인구의 8~10%로 유럽 최대 규모다. 무슬림의 출산율이 높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곽 지역 빈민가에 집단거주하면서 프랑스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북아프리카 지역을 오랜 기간 식민 통치했던 프랑스에는 이 지역 출신의 무슬림들이 많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이슬람으로 회귀해 무슬림 전사가 되거나 이슬람국가(IS)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테러도 숨진 7명의 용의자 중 3명이 프랑스 국적자로 알려졌다. 영국도 무슬림 비중이 비교적 높은 국가에 속하지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 아시안 출신이 주를 이뤄 프랑스 무슬림과는 성향에 차이가 있다.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로 세계가 경악했을 때 프랑스 현대문단의 최고 작가로 평가받는 미셸 우엘벡의 작품 '복종(Soumission)'이 발표됐다. 2022년 대선을 배경으로, 극우정당의 탄생을 막기 위해 국민들이 '무슬림형제단'의 온건주의자 무함마드 벤 아베스를 당선시켜 프랑스에 이슬람 정권이 출범한다는 내용이다. 이슬람 율법정치가 시작되면서 표현의 자유는 억압 당하고 일부다처제도 실시된다. 가상 소설이고 조금은 황당한 내용이지만 유럽에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공포증)를 정면으로 부각시켜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테러로 전세계로 이슬람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용어의 정의는 학자에 따라 다양한다.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편견 또는 잘못된 생각으로 고착된 이슬람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로 규정한다. 특정 민족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이라는 반박을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현재 이슬람포비아는 지구촌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이슬람공포증을 확산시키는 테러집단은 서방세계, 민주주의 가치, 이스라엘 등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종교적 맹신으로 무장한 전의(戰意)가 더해져 악행을 합리화한다. IS는 유럽과 미국 등 서방국가를 향한 테러를 계속 경고하고 있다. 또다시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테러를 자행하고 서방세계는 다시 응징에 나섰다. 총칼로 끝낼 수 없는 쌍방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무고만 인명만 스러져간다.

종교적인 신념도, 평화수호의 명분도 결코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고, 관용에 우선하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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