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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자 메시지 'ㅋㅋㅋ'가 사람 잡다

[LA중앙일보] 발행 2015/11/20 미주판 11면 기사입력 2015/11/19 22:47

오세진/사회부 기자

두 엄지 손가락이 일을 저질렀다. 총격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과 문자로 취재를 하다가 말끝에 무심코 'ㅋㅋㅋ'란 메시지를 보낸 거다.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여성이 문자를 보고 황당해 할 모습을 상상하니 도무지 다음 질문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한동안 그 여성도 말이 없었다. 오타라고 핑계대는 것도 무리였다. 'ㅋㅋㅋ'와 비슷한 낱말이 없어서였다. 방법이 없었다. 솔직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문자할 때 습관처럼 쓰는 표현인데 저도 모르게 보냈습니다. 하필 이런 때에…." 다행히 인터뷰는 끝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통함에 빠진 여성이 얼마나 기가막혔을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주변인들에게 큰 실수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랬더니 '솔직히 나도 그런 적이 있다'며 너도 나도 경험담을 얘기했다.

한 지인은 이혼을 고백해 온 친구에게 '힘내 친구야'란 메시지와 함께 '개웃겨'란 이모티콘을 보냈단다. 개웃겨 이모티콘은 한 마리 개가 기괴하게 웃고 있는 모양이다. 지인은 이 이모티콘을 습관처럼 사용하다 실수를 했다. 이혼을 했다는 친구는 '장난 아니야. 나 심각해. 재밌니'란 답변으로 서운함을 전했다.

다른 지인은 권고 사직을 당한 상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려다 엄지 손가락 이모티콘을 보냈단다. 평소 관계가 좋았던 상사였다. 하지만, 상사는 '내가 떠나는 게 그리 좋으냐. 대놓고 좋아하니 서운하네'라고 답했다. 진심으로 상사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실수 하나로 오히려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

경험을 통해 느끼는 바가 커 공론의 판을 키워봤다. 카카오톡, 라인 등 채팅 애플리케이션이 널리 사용되면서 사람들은 전화 통화보다 문자 대화를 더 많이 쓴다. 문자는 이미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이 됐다.

그러나 대화 창에서 오가는 말들 속에서 매너와 예의를 상실한 사례는 많다. 실수도 잘못이다. 반복하지 않아야 맞다. 하지만 실수인 줄도 모르고, 또는 의도적으로 쏟아내는 비상식적인 대화들이 더 큰 문제다.

최근 한 언론이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온라인 설문에 참여한 3000명 중 절반이 훌쩍 넘는 1950명은 '문자를 통해 불쾌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65%인 1270명은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대화 매너를 지키지 않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비매너 문자 사례는 이렇다. 민감한 사항에 대해 의도적으로 답변을 늦게하는 것, 하루가 지나도록 답변을 안 하는 것, 욕설을 섞은 말, 지나친 이모티콘·부호 사용, 성적 농담 등이 주를 이뤘다. 한인 사이에서는 반말, 부적절한 호칭, 단체 대화에서의 무례한 표현, 단체 대화 속 개인적 대화 등이 꼽힌다.

사회과학 이론 중 '문화 지체'란 개념이 있다. 과학 기술 등 물질 문화는 최고로 발전했지만 예절·도덕·가치관 등의 비물질 문화의 발전은 더딘 걸 의미한다. 최근에는 인터넷, 채팅 등에서 발생하는 비매너 대화 등을 두고 사이버 문화 지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UC버클리 사회학과의 클라우드 피셔 교수는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 채팅 대화를 실제 만나 나누는 대화보다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큰 착각이다. 가장 신중해야 할 곳이 스마트폰 속 대화 창"이라고 강조했다.

무심코 저지른 실수에 며칠 째 한 노랫말이 입을 맴돈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롤러코스터의 '습관'이다. 습관, 정말 무섭더라. 가만 뒀다가는 큰 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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