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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2015년 대한민국의 두 얼굴

부 소 현 / JTBC LA 특파원·차장

날짜를 잘못 봤나 싶어 다시 확인했지만 맞았다.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마치 폭우가 내린 것처럼 물바다가 됐고 시민과 경찰은 서로 뒤엉켜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의 모습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와 경찰의 충돌로 51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주최측 추산 10만 명, 경찰 추산 6만4000명이 참가했는데,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였다.

집회가 아무 문제 없이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쪽으로 진출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물대포를 쏴댔고 시위대는 쳐놓은 차벽을 뚫기 위해 경찰 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이 과정에서 60대 남성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까지 위독한 상태다.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2015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JTBC는 이번 일을 상세히 보도 중이다. 시위대가 경찰 버스를 끌어내고 훼손하는 모습,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지는 시위대의 모습은 그대로 전파를 탔다. 후속 보도에서는 취재기자가 직접 물대포를 맞아보는 실험도 실시됐다. 안전상 당시의 기압보다는 낮은 수준이었지만 건장한 체격의 기자가 물줄기에 휘청거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물대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그대로 실감케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물대포 규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뤄졌다. 경찰의 살수차 운용 지침은 시위대가 10미터 안에 있는 경우 3기압 세기로 직사 할 수 있는데 당시 뉴스 영상에는 5미터보다 더 안쪽에 있는 시위대에게 물을 쏘는 모습이 담겨있다.

지난 18일, 한반도 전역에 가을비가 내린 날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는 '물'이 가진 여러 얼굴을 조명했다. 메마른 땅을 적셔주는 촉촉한 물,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를 가르는 강력한 물, 그리고 2015년 11월 시위대를 바닥에 쓰러뜨린 위압적인 물. 손석희 앵커는 물대포가 처음 시위 진압에 사용된 건 1960년대라고 설명했다. 최루탄과 곤봉보다 안전하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고 독일에서는 물대포를 맞아 실명했던 사례도 나왔다. 런던에서는 물줄기로 치명상을 입는 등 67가지나 되는 문제점이 발견돼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하는 경찰의 전통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이유로 물대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지난 2008년 국민에게 물대포는 경찰봉보다 안전하다며 물대포를 맞고 부상당했다면 거짓말이라는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11월 14일 서울 한복판에서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안전해야할 물대포에 맞은 시민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한국을 가면 달라진 모습에 매번 놀란다. 태어나고 자란 곳인데 마치 처음 온 도시처럼 생소한 이유는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사회의 세련된 외면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 그러나 속사정은 어떤가. 타국에서는 위험하다는 단순한 이유로 배제돼 벌써 오래전 사용이 금지된 물대포가 최루액까지 더해져 서울 시내 한복판을 적시고 시민들을 쓰러뜨렸다. 평화적인 집회를 벌이겠다던 시위대는 줄다리기라도 하듯 경찰 버스에 밧줄을 묶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은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한다. 2015년 11월 14일, 한국사회가 만들어 낸 뉴스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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