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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반찬 냄새가 더 짙었던 분향소

영정 사진에 덧칠을 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지난 23일 마련된 LA한인회 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다. 영정 사진 뺨에 흠집을 가리려 화장품까지 동원했다. 그래도 다들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이제 와서 사진을 다시 제작하기도 어려웠다.

잠시 묵념을 마친 한인회 측은 분향소가 차려진 강당의 앞쪽에서 곧바로 또 다른 행사를 시작했다.

'재외국민 유권자등록참여본부 발대식'이다. 내년 총선 참여를 돕기 위해 84개 한인단체가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행사 중간 2명의 공동위원장이 일어서서 행사 배경을 설명했다. 공동위원장 중 목사님이 난데없이 노래를 불렀다. "억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 김세환의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랑해' 노랫말을 '등록해'로 바꿔 참여를 유도하자는 취지였다. 그 목사님은 "며칠 전 한 행사에 참석했는데, 차를 빼러 나갔다가 행사장에 돌아오니 내가 본부 공동위원장에 추대돼 있더라"고 했다.

본인이 공동위원장에 추대됐는지도 몰랐다는 뜻이다. 그래도 열심히 하겠다 했다.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보니 참여본부 관계자 중에선 재외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권자들이 수두룩했다. 위원장에 왜 추대됐는지 모르는 분이나 선거참여 방법조차 모르는 분들이나 매한가지였다.

행사를 마친 뒤 한인회는 도시락을 나눠줬다. 모두 강당에서 여기저기 앉아 먹었다.

반쯤 먹다가 아차 싶어 도시락을 덮었다. 아까부터 뭔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불편함'의 근원을 알고 나서다. 강당 뒤쪽의 분향소였다. 영정 사진 덧칠로 시작된 이날 한인회의 실수는 돌아가신 대통령 앞에서 노래하고 밥 먹는 것으로 마감됐다.

이날 한인회에서는 향 냄새보다 반찬 냄새가 더 짙었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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