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대형 제약회사 합병, 약값 인상 부추긴다

경쟁 줄고 연구개발 투자 삭감…제네릭약값 상승 원인
법인세율 낮은 곳으로 미국기업 이탈…세수 감소 우려

지난 23일 화이저와 앨러간이 1600억 달러에 이르는 제약회사간 사상 최대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약값과 세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는 전세계 기업 인수합병이 신기록을 세운 해였다. 인수합병 조사회사인 머저마켓에 따르면 인수합병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3조6700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인수합병 규모는 현재까지 3조8200만 달러로 2007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를 주도한 업종은 제약.의학.생명공학 분야로 올해 인수합병 규모는 5543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본사를 영국으로 옮긴 합병은 21건으로 관련사의 기업가치는 15억9000만 달러다.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긴 합병은 5건으로 관련사의 기업가치는 1840억 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인수합병으로 약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예가 튜링 파머수티컬스다. 벤처회사인 튜링은 올 해 HIV 보균자와 임신부에게 발병률이 높은 톡소플라즈마증 치료제인 다라프림의 특허권을 사들인 뒤 한 정에 13.50달러였던 가격을 750달러로 올렸다. 출시된 지 62년이나 지난 감염증 치료제 가격의 폭등에 비난이 쏟아지자 튜링 측은 "가격은 적정하며 신약개발에 사용하고 싶다"고 주장하면서 50% 정도 인하하겠다고 물러섰다.



극단적 사례이지만 인수합병은 약값 인상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인수합병으로 경쟁이 줄면서 약값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자의 전직 임원은 네이처지에 제약회사의 합병은 "경쟁을 줄이고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는 취지의 기고를 한 적이 있다. 합병은 일부 제네릭 약값의 상승 원인으로 지적되곤 했다. 시장조사기관 IHS의 구스타프 앤도 생명과학 부문 디렉터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튜링 파머수티컬스의 사례에 비추어 약값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이고 파이자와 앨러간의 합병도 비슷한 상황을 재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저와 앨러간은 이번 합병으로 연구개발이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CBS는 지난 23일 합병을 논의하는 두 회사의 콘퍼런스 콜에서 소비자에 미칠 영향보다는 재무 분야에 논의가 집중됐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제약회사의 합병이 처방약과 비처방약의 가격 상승을 불러올지 모른다고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두 회사의 제품에는 진통제 애드빌 드리스탄과 감기약 로비투신, 안구건조증 치료제 레스타시스, 보톡스, 바이애그라 등 대중적인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도 합병 발표날인 23일 트위터에 이번 합병이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처방약값을 지불한 미국인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인수합병 증가를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방식이 바뀐 것에서 찾는다. 제약회사는 이미 연구개발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신약개발 패턴을 버리고 중소규모의 생명공학 회사와의 파트너십,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인수, 연구개발 외주라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약회사 전문 사이트 IMS헬스에 따르면 전세계의 약값 지출은 앞으로 5년간 매년 3~6%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18일 AP는 IMS헬스의 조사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전세계 약값 지출이 현재의 1조 달러에서 1조3000억 달러로 약 30% 증가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약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고가의 신약과 일반적인 약값 상승, 노령화, 개발도상국의 제네릭 약 사용 증가였다.

이번 인수합병은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에 대한 우려와 제재도 부각시켰다. 세금 바꿔치기는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의 회사와 합병을 한 뒤 본사를 세율이 낮은 국가로 옮기는 것이다. 실제로 화이자와 앨러간은 합병 회사의 본사를 앨러간이 있는 아일랜드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35%로 선진국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반면 아일랜드는 12.5%다. 화이자가 지난해 발표한 실제 법인세율은 25.5%로 본사를 옮길 경우 화이자는 해마다 세금 1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순이익의 약 10%에 해당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세수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아주 오랫동안 굴지의 기업들이 세금을 낮추려 조세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해외에서 번 수익을 숨겨왔는데 화이자는 더 나아가 아예 고지서 상의 세금을 낮추려고 하고 있다"며 "이번 합병은 미국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샌더스 의원은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이라고 성토했고 도널드 트럼프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성명을 보내 "대규모 실직을 가져올 화이자의 미국 이탈이 역겹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는 데 있다. 2014년 7월 연방의회의 합동조세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세금 바꿔치기로 인한 기업들의 조세회피 규모는 앞으로 10년 동안 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OECD는 "글로벌 기업이 나라별 법인세율 차이를 이용해 덜 내고 있는 세금이 연간 1000억~24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안유회 선임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