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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멕시칸이 모두 사라지는 날

김완신/논설실장

만약 캘리포니아에서 멕시칸이 모두 사라진다면….

2004년 '멕시칸이 사라진 날(A Day Without a Mexican)'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됐다. 캘리포니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멕시칸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진다는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다. 멕시칸 식당종업원, 가정부, 정원사, 교사, 농장 및 건설 노동자 등이 사라진 캘리포니아는 혼란에 빠진다. 업소들은 인력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곳곳의 산업시설들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경제가 엉망이 되면서 미국경제까지 위협을 받는다.

영화는 멕시칸 이주자들의 부재가 가져올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멕시칸 노동인력의 필요성과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준다. 코미디 영화였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로 반향을 일으켰었다.

영화처럼 하루 아침에 캘리포니아에서 멕시칸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19일 발표된 퓨 리서치 센터 통계에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보다 미국을 떠나 멕시코로 돌아가는 이민자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940년대 이후 멕시칸 이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09~2014년 100만명 넘는 멕시칸이 귀국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으로 온 이민자는 87만명에 불과했다. 2009~2014년 이민자 수는 1995~2000년의 294만여명과 비교할 때 3분의 1 이상 줄었다. 불과 20년 만의 변화다. 2012년은 멕시코 이민자와 귀국자 수가 동수를 기록한 첫해가 됐다.

퓨 리서치 센터의 마크 로페스 디렉터는 지난 50여년간 계속됐던 멕시코인의 대규모 이민 행렬이 끝난 것 같다고 논평했다. 지난 2007년 1280만명(이중 불체자는 690만명)이던 멕시칸 이민자는 2014년에는 1170만명(불체자는 560만명)으로 줄었다. 미국 이민의 주류인 멕시칸 이주자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로페스 디렉터는 멕시칸이 미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본국 가족과의 재결합을 원하기 때문으로 설명하지만 경제적인 영향도 크다. 미국은 아직 장기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멕시코 경제는 상황이 어느 정도 호전돼 물가가 안정되고 일자리도 늘어 떠나간 이민자들을 부르고 있다. 여기에 멕시코 인구가 고령화 되면서 젊은층 노동력이 부족해진 것도 귀국을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경제적인 문제 외에 멕시코행을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은 미국 내 반이민 정서의 확산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약속한 불체자 대사면은 요원하고 행정명령인 추방유예 확대정책(DAPA/DACA)의 시행도 1년째 공전하고 있다. 연방 대법원이 최종 판가름하겠지만 정책이 시행되기까지는 남은 일정이 순탄치 않다. 여기에 최근 들어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필두로 여러 후보들이 이민자커뮤니티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이민으로 이뤄진 미국에 더 이상 이민자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자유와 평등의 기치로 전세계에서 오는 모든 이민자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를 제공했던 미국의 매력이 사라져가고 있다. 불체자를 세금을 내지 않고 복지혜택만 받는 집단으로 몰아가지만 그들은 구매와 주거지 렌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매세와 재산세를 부담하고 세금보고를 통해 소득세를 납부하기도 한다. 또한 저비용의 노동력은 미국산업에 활기를 제공한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이민자커뮤니티가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다.

어느 한 순간에 영화처럼 멕시칸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가상의 영화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영화는 멕시칸이 없는 세상을 '재앙'으로 표현했는데 결코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이민정책의 전향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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