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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X박스와 염소

김완신 편집위원

일년 4계절 중에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때는 겨울이다. 홈리스들도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다. 날씨가 따뜻하면 집이 없다는 절박한 상황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면 그들이 보인다. 거처할 곳 없는 홈리스들은 추위와 허기에 마주하고 이 때가 되면 세인의 관심이 이어진다. 거기에 사랑과 감사가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겨울에 속해 있고 한해를 보내는 연말의 감상적인 분위기도 자선의 지갑을 열게 한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불우이웃을 돕는 캠페인이 일년중 가장 활발하게 펼쳐진다.

연말을 맞아 고마웠던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사려는 손길이 분주하다. 특히 자녀들의 선물을 준비하려는 부모들의 마음이 바빠지고 있다.

지난 28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이들이 디지털 카메라 비디오 게임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등과 같이 값비싼 전자제품을 선물로 받기를 원해 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제 아이들의 눈에는 인형이나 레고 같은 고전적인 장난감은 들어오지 않는다. 6살 정도 되면 컴퓨터를 찾고 7~8살에는 CD나 DVD플레이어를 원한다. 10살이 넘으면 디지털 카메라 정도는 돼야 제대로 선물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이들 트윈에이저(8~12살)를 겨냥한 전자제품 시장의 규모가 전년대비 46%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전자제품을 원하는 어린이들에게 염소와 과일나무를 선물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국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첨단 전자제품을 가져다 줄 산타클로스를 고대하는 동안 지구촌 저편에서는 염소와 과일나무를 선물 아닌 선물로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비영리 아동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매년 연말이 되면 빈곤국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 목록을 소개한다. 75달러를 기부하면 염소 한마리가 되어 식량이 해결되고 65달러는 과실수 10그루가 되어 굶주린 아이들에게 과일을 먹일 수 있다. 또 100달러의 기부금으로 우물을 파면 깨끗한 물을 그들이 마실 수 있고 75달러로는 1년간 학비가 해결된다.

전자게임기를 선물받은 아이들이 오락에 열중할 때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은 그들의 생활과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염소 한마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선물은 감사의 마음이 담긴 물건이다. 생존을 위한 필수품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어린이들에게 보내지는 염소와 나무에는 그들의 힘겨운 삶이 걸려있다.

최근 출시된 Xbox360 게임기는 본체와 부속기구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면 8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염소 10마리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Xbox 게임기를 받은 아이는 세상 모두를 얻은 것처럼 좋아하다가 이내 싫증을 낼 것이다. 이들에게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염소 한마리를 기다리는 심정은 이해되기 힘들다.

지구촌 한 지붕 아래 같은 겨울을 보내면서 한편은 너무도 따뜻한 땅에 살고 다른 한편은 차가운 땅을 딛고 있다. 열대지방에 살건 LA다운타운을 헤매건 마음은 시리고 춥다.

차디찬 겨울을 인내해야 사람들에게 따뜻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 따뜻한 바람은 겨울에 불어야 그 온기가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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