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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한인은행 누구를 위한 인수합병인가

[LA중앙일보] 발행 2015/11/3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11/27 20:26

김동필 / 선임기자

은행 담당 취재 기자에게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은행간 인수합병(M&A) 이슈다. 논의 과정이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다보니 취재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감'은 오지만 당사자들이 입을 굳게 다물어 사실 확인이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다. 낙종이라도 하면 데스크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런 면에서 지난주 한미은행이 BBCN에 공개 합병 제안을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동안의 한인은행간 인수합병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물밑접촉-협상-합의-발표'의 순서로 진행됐다. 그런데 이번엔 합의 없이 발표가 먼저 나왔다. 더구나 자산규모 3위의 은행이 1위 은행에 합치자는 제안을 했으니 은행권이 술렁일 만하다.(2015년 3분기 말 현재 BBCN의 자산규모는 76억 달러, 한미은행은 42억 달러)

그렇다 보니 관심은 합병 목적보다 '공개 제안'이라는 방식을 택한 의도에 더 모아진다. 다용도의 포석이겠지만 최근 진행중인 BBCN과 윌셔은행(자산규모 2위)간 합병 논의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동안의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윌셔에 앞서 BBCN-한미 간 합병 얘기가 있었지만 시작도 못하고 중단됐다고 한다. 이후 윌셔가 BBCN의 새 파트너로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한미가 '공개 제안'이라는 방식으로 선수를 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미가 15.3%의 주가 프리미엄 등 매력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이 주목된다.

만약 BBCN의 기관투자자와 주주들이 제안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사회에 대한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어차피 투자자의 최대 관심은 투자수익이기 때문이다. 한미의 공개 제안에 대해 BBCN측은 일단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인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한미측에서는 절묘한 한수를 뒀다고 자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따르는 후폭풍이다. 당장 두 은행의 직원들이 느낄 불안감이다. 한미는 공개 제안서에서 20여개 지점이 겹치고 합병을 통해 당장 5000만~6000만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지점 폐쇄와 이에 따른 인력 감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아무리 '인력감축 최소한'을 외쳐도 인력 구조조정만큼 확실한 통합 효과는 없다. 하지만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일'로 고용불안을 느끼는 직원들이 생긴다면 은행으로선 손해다.

또 하나는 신뢰성의 문제다. 은행업의 기본은 고객의 믿음이다. 그런데 은행의 미래와도 관련된 중대 사안이 제대로 논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공개된다면 고객들은 혼란스럽다. 합병에 대한 한미의 강한 의지는 이해가 가지만 방법이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는 이유다.

'빅 3' 한인은행으로 통하는 BBCN, 윌셔, 한미는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 그때마다 내세운 것이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과 고객 서비스 개선이었다. 그러나 인수합병 전후의 영업방식을 비교해보면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우량고객은 서로 뺏고 빼앗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담보나 신용이 조금이라도 부족한 서민들에겐 여전히 높은 문턱이다. 새로운 시장 개척 성과도 별로 들리지 않는다. 인수합병의 목적이 '규모의 경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자 줄이기에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은행 인수합병을 통해 일부 관계자들은 이득을 봤을지 모르지만 금융 소비자들로서는 선택의 폭만 줄어든 것이다. 이번에도 이런 의도가 출발점이었다면 결과물 또한 뻔할 것이다. 커뮤니티 은행의 역할 강화보다 소수의 이익을 우선한 것이라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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