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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한인 사랑방' 정음사 아듀

국어학자 최현배 선생의 조카가 문 열어
전자기기와 온라인 서점에 경쟁력 상실

"40년 가까이 운영하다보니 초창기 소년소녀 손님들이 이젠 어엿한 학부모가 돼서 찾아옵니다. 한인사회 랜드마크같은 역할을 했는데…, 섭섭하게 됐네요."

정음사 마크 최(48.사진) 대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40년간 남가주 한인사회 '서가'이자 사랑방, 책방, 공부방 역할을 했던 '정음사'가 끝내 문을 닫는다.

국어학자 최현배 선생의 조카 최성해씨가 40년 전 도미하면서 오픈한 서점이다.

최씨는 올림픽길의 VIP플라자에서 서점을 열었으며 아들인 최 대표가 15년 전 코리아타운플라자 1층으로 서점을 옮기면서 계속 운영해 왔다. 서점의 녹색 간판에는 '1928년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 설립'이라는 문구가 한글과 영어로 적혀있다. 한국에서는 벌써 10여년 전에 정음사가 문을 닫았고 미주의 정음사 마저 전통을 더 이상 잇지 못하게 된 셈이다. 피오피코 도서관 후원회장으로 봉사활동도 해온 최 대표는 "사람들이 책을 안보고 전자기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다 보니 서점 운영이 어려워진 것 아니겠냐"며 "게다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불경기까지 지속되다 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누적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신문에 신간이 발표되면 기사를 오려서 새책을 찾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쇼핑왔다가 가족이 함께 와, 책이야기도 하고 생각도 나누던 풍경이 없어진다는 게 더 서운하다"고 털어놨다.

정음사의 위기는 누적된 것이었다. 2008년 한인사회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기 시작했고 LA에도 온라인 서점이 상륙하면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1년 6개월 전 최 대표는 고육지책으로 어린이와 가족 손님들을 위해 서점 공간 50% 이상을 할애해 지능발달을 돕는 장난감, 놀이도구 판매를 시작했다. 주객이 전도되긴 했지만 일부 손님들을 유치하는 소득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엔 폐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폐점시기는 내년 1월 쯤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음사를 찾은 김나리(39)씨는 "한인사회 아이콘과 같은 서점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 섭섭하다"며 "신간서적과 작가들 이야기를 묻곤 했는데 이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고 아쉬워 했다.

한인타운에서는 오프라인 서점으로는 동아서적이 2012년 문을 닫았으며, 30년째 운영됐던 샘터서림이 2013년 문을 닫은 바 있다. 한편 정음사는 12월에 창사 40주년 기념 및 고객들을 위한 마지막 사은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글.사진=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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