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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나눔'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LA중앙일보] 발행 2015/12/01 미주판 28면 기사입력 2015/11/30 20:50

박재욱 / 나란다 불교센터 법사

'나는 그대의 불전함/ 다 닳은 타이어 조각을 대고 꿈틀꿈틀 무릎도 없이/ 지하철 바닥을 기어가는 가난한 불전함/ 동전 한 닢 떨어지는 소리가 천년이 걸린다' (정호승의 시 '걸인' 중에서)

스리랑카의 예수회 신부이며 저명한 민중 신학자인 알로이시우스 피에리스는 인간이 노력하고 취해야할 삶의 자세를 '가난해지기 위한 노력'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노력'으로 간단히 정의했다. 어떤 사상이나 종교를 떠나, 큰 불편 없이 고만, 고만 살거나, 특히 기득권을 누리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조금이라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지향해야할 보편타당한 윤리적 삶의 가치라 해도 좋을 것이다.

'가난해지기 위한 노력'에서 '가난'은 물론 마음의 가난일 터, 성서에도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했다. 그 말씀은 이기 배타적 자기중심주의에서 비롯된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탐착, 분노와 증오 등 각종 번뇌로부터 해방되어, 마음이 텅 비면 진실로 행복해진다는 역설적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마음의 가난은 굳건한 이기적 자기중심주의의 타파에서 성취되며, 비로소 열린 마음이 된다. 토머스 듀어도 '마음은 낙하산과 같아 활짝 열려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고 했다.

열린 그 가난한 마음을 불가에서는 마음을 쉰다. 무소유. '나'를 내려놓는다. 등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흔적까지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필연적으로 발현되는 기능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연민과 자비심이다. 열린 마음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을 위한 노력이 태동하는 것이기에, 마음의 가난은 추구해야할 영적 대각성이며 지고의 선이다.

을씨년스런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한 해 동안 벅찼든 삶의 경영을 마감한다는 시원섭섭함과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자는 의미로 갖는 질펀한 행사들로, 마음이 분주하고 들뜨기 쉬운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즈음에서 뒤도 돌아보고 옆을 살필 줄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하겠다.

19세기 영국의 거물정치가이며 작가인 벤자민 디즈레일리의 불우이웃을 생각하는 시가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때이다.

"유리창엔 성에가 끼고/ 세상은 몹시도 찬데/ 허공에 걸린 달은 밤바람에 칼날 같다/ 커튼을 깊이 내린 내방은 6월 날씨처럼 따뜻하지만/ 이 밤을 얼어 헤매는 집 없는 아이들도 있겠지" 집없는 아이뿐이랴. 독거노인, 급증하는 노숙자와 같은 소외 되고 멸시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온갖 핑계로 외면하고, 복덕을 지어라고 엎드려 내민 깡통(불전함)에 애써 딴청 하든 그 닫힌 마음을 열어, 비록 동전 한 닢 떨어뜨리는데 '천년이 걸린' 작은 나눔이라도 결코 늦은 것은 아니다.

이참에 불가의 금언을 되새겨 본다. '주는 것은 남고 가진 것은 없어진다'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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