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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그들만의 '미국'

김완신 편집위원

얼마전 캔자스주 한 고등학교 학생이 학교에서 스패니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정학 처분을 당했다. 엔디버 얼터내티브 고교에 재학하는 16살의 자크 루비오는 학교 복도에서 스패니시로 말한 것을 이 학교 교사가 교장에게 보고해 정학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 규정에는 교내에서 스패니시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없었다고 한다.

루비오의 부모는 학교와 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육구는 즉각 사과했고 정학 처분도 번복됐다.

그러나 루비오 부모는 정학 처분이 취소됐다고 해도 스패니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교사와 교장이 학교에 있는 한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캔자스주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한인 이민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한인학생이 학교에서 한국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정학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남의 일이 아니다.



루비오의 정학 처분은 최근 거세지고 있는 반이민 경향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다. 현재 불체자 단속를 강화하고 영주권자의 권한을 축소하는 반이민법이 연방의회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15일 연방하원에 상정된 '불법이민자 조절안'은 직원 채용시 신분확인을 강화하고 비자기간을 넘긴 불체자를 형사범으로 취급하는 등 이민자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근래 가장 강력한 이민 규제법이다.

여기에 속지주의 폐지 움직임도 일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부모 신분에 상관없이 시민권을 부여하던 속지주의를 수정해 불법체류자가 미국내에서 자녀를 낳을 경우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법안이 지난주 연방의회에 상정됐다.

남북전쟁 이후 노예 후손들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수정헌법 14조로 규정한 속지주의의 폐지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 법안을 반이민파의 기수인 던컨 헌터 의원이 발의했고 공화당 하원지도부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 소홀히 할 수는 없다.

9.11사태 이후 테러 예방이라는 이유로 이민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통계상에도 1999년 합법과 불법을 포함해 150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이민자 수는 9.11이후 감소해 2003년에는 100만명으로 낮아졌다.

9.11사태를 계기로 이민자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의 보수화 경향이다. 보안을 강화하고 테러범 색출을 위한 기술적인 장치가 마련되면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한 이민자 규제는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사회에서 힘을 얻고 있는 보수화로 반이민 무드가 확산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미국 경제에서 이민자와 불체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이들의 전문 지식과 비숙련 노동이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을 정도다. 이민자의 권한을 축소하고 불체자를 중범죄자 취급하는 이민정책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루비오의 정학 처분에 대해 이를 보도한 NBC 방송은 교장의 조치가 정당했는지를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32%가 교장이 해고돼야 한다고 답했고 52%는 해고는 아니더라고 벌칙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15%는 교장의 잘못이 없고 정당한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15%는 미국 인구 중 강경 보수파의 비율과 비슷한 수치다.

불법 이민자 구제 및 이민 개혁은 조속히 실시돼야 한다. 15%의 강경 보수파 그들만의 미국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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