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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무슬림이 느끼는 '테러 공포'

정구현/사회부 차장

테러는 멀리 있지 않았다. 파리 테러 후 불과 2주여만인 지난 2일 샌버나디노의 발달장애인 재활시설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파키스탄계 신혼 부부가 70여발을 난사해 14명이 죽고, 21명이 크게 다쳤다. 수사당국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 쪽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며칠간 계속 관련 기사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국내 무슬림 커뮤니티가 떠올랐다. 4년 전 종교담당을 맡으면서 여러 차례 무슬림을 소개했다. 무슬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리려는 목적이기도 했지만 무슬림에겐 일대 전환점이었던 큰 이슈도 있었다.

2011년 오사마 빈 라텐이 미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빈 라덴이 죽은 다음날 LA한인타운에 있는 무슬림 사원인 '남가주 이슬람 센터'를 찾아가 이맘(기독교의 목사격)과 인터뷰했다. 한인 기자로는 처음 그들의 예배에도 참석했다.

당시 사원의 이맘이었던 지하드 터크(44)씨는 빈 라덴의 죽음에 대해 "9.11 테러 이후 10년간 '강요당해 온 죄책감'에서 드디어 벗어났다"고 했다. 젊은 종교 지도자의 인상적인 표현이라 잊기 어려웠다.



4일 그와 다시 통화했다. 파리 테러와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에 대한 무슬림 반응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재 바얀 클레어몬트 이슬람 대학원의 학장이다. 대화는 짧았지만 4년 전처럼 깊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남가주 무슬림은 최대 75만 명에 달한다. 그 많은 무슬림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공포의 실체를 쉽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번 총기 난사는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 무슬림 커뮤니티의 반응은.

"공포의 확산이다. 무슬림 커뮤니티에 반발하는 잠재적 공격 가능성이다."

-어떤 공포를 말하나. 무슬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세 가지 공포다. 가장 먼저 무슬림 커뮤니티 혹은 무슬림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실제 공격이다. 폭행, 혐오범죄 등이다."

-나머지 공포들은.

"개인적으로는 나머지 공포들이 더 무섭다. 둘 다 첫 번째 공포에서 비롯된 결과다. 무슬림 커뮤니티 내 불만의 증폭, 권리의 박탈감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해달라.

"적대감은 또 다른 적대감을 낳는다. 무슬림을 향한 적대적 공격은 내부에서 적대감을 만든다. 극단주의자들은 이 순간을 '깨달음(cognitive opening)'이라고 칭한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당한 불만의 해소 대상을 가정, 직장, 사회 전체로 향하게 된다. 불만의 증폭 현상이다."

-마지막 공포는.

"가장 무서운 공포는 사회 전체가 무슬림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무슬림 커뮤니티는 소외되고, 결국 무슬림들은 모든 인간다움의 권리를 박탈당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 특히 젊은 무슬림들 사이에서 그렇게 될까 두렵다."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수백 번도 넘게 말했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은 극히 소수다. 사원에 나오지 않고 신도들과 거리를 두면서 혼자 생활한다. 자신들이 극단주의로 변해가는 모습이나 나쁜 계획들을 들킬까 걱정해서다. 모든 극단주의나 폭력은 코란의 가르침이 아니다."

그는 4년 전 인터뷰에서 코란을 인용하며 무슬림은 복수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코란은 복수를 비난하고 책망(condemn)한다. '다른 이의 적이 되지 말고 보복할 권리와 기회가 있다고 해도 정도에서 벗어나지 말라'고도 한다. '앙갚음하기보다 무시하라'고 한다. '악에 대응하면 스스로 악이 된다'고 한다."

테러의 어원은 라틴어 'terrere'다. '겁을 주다'는 뜻이다. 코란과 어원을 종합하면 '앙갚음을 하기 위해 겁을 주는 것' 또한 테러다.

지금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이 히잡이나 타기야(남성용 모자)를 쓰고 있다고 해서 적대적으로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테러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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