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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모던걸' 말릭, 미국 와선 니캅 쓰고 은둔생활

[LA중앙일보] 발행 2015/12/07 미주판 6면 기사입력 2015/12/06 19:54

파키스탄선 순종적, 약학과 1등
급진 이슬람 시설 다니며 돌변
국토안보부 "테러세력이 아웃소싱
원격 폭탄처럼 외로운 늑대 이용"

샌버나디노에서 지난 2일 발생했던 복면 부부 테러의 핵심 인물로 부인 타시핀 말릭(29)이 떠오르고 있다. 말릭이 남편 사이드 파룩(28)과 함께 복면을 쓴 채로 총기를 난사하고 페이스북에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글을 올린 데 이어 IS의 선전 라디오 방송이 "두 추종자가 며칠 전 미국의 한 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하면서다.

말릭의 고향 파키스탄에 있는 친척과 친구들에 따르면 말릭은 한때 '모던 걸'이었다. 말릭의 고모인 하프자 바툴은 BBC.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너무나 서구적인 애였는데 말릭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툴에 따르면 말릭은 서양식으로 입고 다닌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14년 7월 배우자 비자(K-1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던 말릭은 이후 철저하게 이슬람식 교리를 따랐다. 항상 눈만 내놓은 채 얼굴을 가리는 니캅을 입고 지냈다. 파룩 친지들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첼시에 따르면 말릭은 남편 쪽의 남성 친척.가족들과는 한방에 있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파룩 집안의 남자들은 말릭의 얼굴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말릭은 운전이 필수인 미국에서도 운전을 하지 않았다. 말릭이 한때 살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여성 운전이 금지돼 있다.

한때 모던 걸이던 말릭이 이슬람 교리에 심취한 때는 대학 시절이다. 아버지를 따라 파키스탄을 떠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냈던 말릭은 다시 파키스탄에 돌아와 2007~2012년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대학 관계자는 "말릭은 열심히 공부했고 순종적이었다. 학과 1등을 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이었다"고 했다.

친구인 아비다 라니는 "말릭은 2009년 급진 이슬람 시설을 다니며 갑자기 변했다"고 말했다. 말릭은 남학생들과 어울리지도 않았고, 온몸을 덮는 부르카만 입고 다녔으며, 앞줄에 앉지도 않았다. 말릭은 "얼굴을 드러낸 채로 사진을 찍지 않겠다"며 사진 촬영도 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할 땐 사진이 담긴 학생증, 도서관 카드 등을 모두 없애 버렸다.

미 당국의 조사 결과 말릭은 복면 테러 때 남편 파룩과 함께 최소한 공동 주범으로 가담했다. 테러 당일 6개월 된 아기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사살극을 벌인 데다 경찰의 추격을 받을 땐 말릭이 남편보다 먼저 총을 쏘며 저항했다. 집안에서 발견된 수천 발의 실탄과 12발의 파이프 폭탄은 말릭 모르게 남편 파룩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파룩의 직장 동료였던 크리스천 은와디케는 CNN에 "파룩은 부인 때문에 급진화됐다. 파룩이 테러리스트와 결혼했다"고 말했다. WP는 "고위 당국자는 말릭이 미국 입국 이전에 이미 급진화됐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에 나서 직접 테러리즘 척결방안 등을 발표했다.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5일 "테러 세력이 우리 국토를 공격하려고 테러를 사실상 아웃소싱하고 있다"며 "테러 세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메시지를 전하면 '외로운 늑대'들이 원격 폭탄처럼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총격범의 한 명이 미국 태생인 파룩"이라며 "지하드(이슬람의 성전)가 미국의 규정을 준수해 온 미국인들 사이에서조차 가능해졌음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영국서 '외로운 늑대' 테러=5일 오후 7시쯤 영국 런던 동부의 레이턴스톤 지하철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렀다. 8분 후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쓰러질 때까지 두 명을 다치게 했다. 현지 언론들은 "범인이 '시리아를 위해'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리처드 월튼 런던경찰청 대테러본부장은 성명에서 "테러 위협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여전히 테러 공격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주 의회의 이슬람국가(IS) 공습 승인 이후 시리아의 IS 유전 시설을 두 차례 공습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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