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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성! 인간에 대한 예의

백정환/사회부 기자

지난 주 샌버나디노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14명이 숨졌다. 지난 달 13일에는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해 130여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다.

파리 테러는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었다. 이들은 전쟁 중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서 평범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격을 자행했다. 친구와 가족과 금요일 저녁을 보내던 이들은 싸늘한 주검이 된 채 돌아왔다.

샌버나디노 사건은 아직 수사중이다. 범인 2명은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IS와의 연관성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테러로 귀결되는 듯하다. 누군가의 아들, 딸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들에게 총구를 들이민 IS 테러범들도 할 말이 있다고 한다. 그들의 가족도 친구들도 서방 세계의 공격으로 희생됐다고 격분한다. 그래서 그들 역시 같은 방법으로 복수한다. 일말의 죄책감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달 한국에서도 불행한 일이 있었다. 시위에 나선 60대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뒤로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쓰러진 농민에게도, 그를 돕는 사람들에게도 물대포는 20여 초간 더 발사됐다. 다른 한편에서는 부상자를 싣는 구급차에도 물대포 세례는 이어졌다. 한편 시위대는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차에 밧줄을 걸어 넘어뜨리려 했다.



유튜브와 TV뉴스 등을 통해 본 이날의 서울 도로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테러든 시위대든 경찰의 과잉진압이든 법에 따라 엄정하게 죄를 물어야 한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전에 아쉽고 또 안타까운 것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IS는 테러로 희생 당한 이들에 대한 사과는커녕 유감 표시도 없다. 경찰로 인해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모씨에게 경찰이, 정부가, 집권 여당이 사과했다는 뉴스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경찰은 백모씨의 잘못이 사고를 유발했다고 한다. 집권 여당의 대변인은 누군가의 말을 빌려 아직 죽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자국민을 IS에 비교하며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한다.

나라의 통치와 행정을 책임지는 어느 곳에서도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이런 상황은 절망적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있다면, 기본적인 상식이라도 있다면 사과가 먼저 아닐까.

되물어 볼 수도 있겠다. 무엇이 그들, 테러집단과 정부, 여당, 경찰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게 만들었을까. 궁금하다. 뜬금없이 두려움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예의', '상식'을 지켰을 때 가해질 비난과 비판이 무서웠던 것은 아닐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그 잘못에 대한 책임까지 몰아칠 것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국민을 지켜야할 경찰이 오히려 물대포로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자괴감에 쉬이 한마디 '잘못했다'라는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닐까.

갖가지 생각이 들지만 답은 모르겠다.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말만 머리 속에서 빙빙 떠다닐 뿐이다.

한 해가 가고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가올 한 해를 준비해야될 지금, 2015년의 '행적'을 살펴본다. 과연 얼마나 예의를 지켰던가.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배려했는가. 같이 살아가는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었던가. 직장에서, 가정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상식적으로 예의를 차렸던가.

누군가는 말로 글로 또는 행동으로 상처를 주었고 기자 또한 누군가에게 그렇게 상처를 입혔을 것이다. 잘못한 일이다. 새해에는 예의를 차려야겠다. 상식적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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