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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무슬림을 향한 빗나간 증오

부 소 현 / JTBC LA특파원·차장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미국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리포트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거의 마무리 되어 갈 무렵 로컬뉴스를 통해 나오는 광경이 심상치 않았다. 부상자들이 거리에서 응급 치료를 받는 모습, 겁에 질린 사람들의 표정, 경찰들의 분주한 대응이 생방송으로 그대로 전해졌다.

부랴부랴 속보를 챙겨 아침 뉴스를 보내고 샌버나디노로 향했다. 2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현장에는 예상한대로 각지에서 몰려든 미디어들로 북적였다. 이어진 현장 기자회견에서 총격범 2명은 경찰과의 교전 끝에 사살됐고 희생자는 14명, 부상자는 20여명에 이른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숨진 총격범 부부 사이드 파룩과 타시핀 말릭의 자생적 테러에 의한 것으로 보여진다.

파리 테러 이후 미국 내에 팽배해 온 테러 공포가 현실화되자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크고 작은 혐오 범죄가 일어나면서 '이슬람 포비아' 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슬람 교도들의 미국 이민은 물론 여행객까지 막아야 한다는 강경발언을 내놨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전 세계 무슬림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올리는 등 강경 발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을 보면 무슬림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의 속은 굳이 묻지 않아도 헤아릴 만하다. 게다가 각국에서 더 이상 난민을 받지 않는다는 움직임까지 거세지고 있는 마당이니 어쩌면 같은 민족인 테러 조직을 향한 미움은 타민족의 배에 달 할 것이다.

파리 테러와 샌버나디노 테러 이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테러 조직을 '다에시'라고 칭했다. 두 정상의 이 발언에 무슬림들이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 모른다. '다에시(Daesh)'는 IS의 아랍어 정식 명칭의 줄임말 '다이쉬(Daish)'를 영어로 옮긴 것이다. 번역하자면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로 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세력인 IS를 뜻한다. 하지만 '다에시'는 IS가 사용을 금지한 단어다. 아랍어에서 다에시와 유사한 발음의 단어들이 불화를 조장하는 사람, 중범죄자 등 경멸적인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반면 'IS'는 다에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IS는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s)'를 뜻하고 있기 때문에 단어 안에 마치 이슬람 교도 전부가 속해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에시는 전체 무슬림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슬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이슬람교는 교리에 따라 200여개의 종파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니 무슬림 전체를 IS와 동일시하는 시각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명칭을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슬람교도들을 IS와 한데 묶어 증오하고 있다면 마음을 고쳐먹을 필요가 있다. 우리도 같은 '코리아(Korea)'라는 이유로 북한과 같은 나라로 인식된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종교와 피부색, 지역적인 이유로 받은 부당한 질타가 또 다른 폭력의 씨앗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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