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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남자들 사이 전지현 홀로 날았다

[조인스] 기사입력 2015/12/22 13:18

2015년 흥행영화 톱10 분석
황정민·유아인·송강호·이병헌 …
남성 쏠림 올들어 더욱 심해져
멜로 약세로 여배우 설 땅 좁아져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공감 이끌 새로운 캐릭터 개발 고민해야

2015년 한국 영화엔 여성이 부재했다. 전통적으로 극장가는 남자 영화 강세이긴 하지만 올해는 유독 쏠림 현상이 심했다.

2015년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0위 안에 여성이 중심에서 극을 이끈 작품은 ‘암살’ 한 편이었다. 독립운동가 안옥윤 역을 맡은 전지현은 흥행작 10편 중 엔딩 크레디트에 첫 번째로 등장한 유일한 여배우였다. (그래픽 참조) ‘사도’의 혜경궁 홍씨(문근영)나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의 히사코(이연희)가 있긴 했으나 영화의 중심 축이라고 하기엔 존재감이 약했다.

지난해 흥행 톱10에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의 여월(손예진), ‘수상한 그녀’의 오두리(심은경), ‘타짜-신의 손’의 허미나(신세경)가 있었던 것에 비해도 미약한 성적이다.

올해는 2~3명의 남성이 갈등의 주체가 되거나 (‘베테랑’ ‘내부자들’ ‘사도’) 협력해서 문제에 맞서는 (‘연평해전’ ‘검은 사제들’ ‘조선명탐정’ ‘스물’ ‘극비수사’ ‘탐정 : 더 비기닝’)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이때 여성은 남성의 이야기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영화 속 젠더 편향을 따지는 ‘벡델 테스트’(2명 이상의, 자기 이름이 있는 여성이 남성과 관련없는 대화를 나눴는가)를 통과한 작품도 ‘암살’과 ‘조선명탐정’ 두 편뿐이었다. 반면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 납치, 폭행 등 수난을 당하는 영화는 여섯 편이나 됐다.

◆여성 영화 왜 없을까=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유행 장르의 변화를 첫손으로 꼽았다. 이제 더 이상 여성 중심인 ‘8월의 크리스마스’(1998)나 ‘엽기적인 그녀’(2001) 같은 로맨스·멜로가 흥행하지 못하고, 남성 중심의 스릴러나 액션 블록버스터로 관객이 옮겨갔다는 것이다.

‘암살’을 제작한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는 “이젠 영화를 TV에서 쉽게 볼 수 있어 관객은 이른바 ‘극장에서 볼 만한 대작’을 고르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장르적 관습에 따라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많아졌고 자연스레 여배우의 설자리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0년 전인 2005년 흥행작 10편엔 ‘친절한 금자씨’(이영애) ‘너는 내 운명’(전도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엄정화) ‘마파도’(여운계·김수미) 등 여성이 극을 이끄는 작품이 많았다.

일단 쏠림 현상이 시작되면 제작은 더 움츠러든다.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는 “할리우드가 해외 판권시장이 커서 다양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반면, 한국 영화는 국내 시장 위주로 공략해야하기 때문에 제작비 대비 흥행을 보장하기 어려운 장르는 피하게 된다”며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 주연한 ‘와일드’ 같은 영화는 한국에서 나오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성 프로듀서인 ‘대호’의 박민정 프로듀서도 “멜로가 쇠퇴하면서 멜로 외 여성 장르 영화를 개발하겠다는 의욕도 동시에 사라진 듯하다. ‘여고괴담’ 시리즈, ‘장화, 홍련’ 같은 영화는 이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진득하게 끌고 갈 만한 여배우가 남배우에 비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베테랑’과 ‘사도’를 흥행시킨 유아인(29)처럼 티켓 파워를 가진 또래 여배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작진의 남성 편중도 지적됐다. 과거에 비해 여성 스태프가 많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감독 등 주요 스태프는 대다수가 남자다. 흥행작 10편 중 여성 감독은 전무했다. 흥행 50위로 범위를 넓혀도 ‘특종 : 량첸살인기’의 노덕 감독이 유일한 여성이었다.

◆관객은 새로운 여성상을 원한다=그렇다고 한국 관객이 여성 인물을 완전히 외면한 건 아니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외화는 각광받았다. 독보적인 여전사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를 등장시킨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30세 여성 CEO의 고민과 판타지를 그린 ‘인턴’, 가장 강력한 미션걸을 등장시킨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여성 외모의 편견을 깨부순 코믹 첩보물 ‘스파이’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영화 흥행 2위 ‘암살’의 안옥윤도 기존에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액션 영웅이었다. 올해 14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차이나타운’ 역시 여성 느와르를 표방한 작품이었다.

결국 과제는 시대에 부흥하는 여성 캐릭터의 개발이다. ‘차이나타운’의 제작사 폴룩스픽쳐스의 안은미 대표는 “여성을 묘사할 때 캐릭터를 대상화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사회 시스템이 만든 통념의 시선으로 여성을 그리진 않았는지, 그 인물이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테랑’을 제작한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여성 영화인의 수가 더 늘어나야 한다”며 “그러려면 생존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감독은 당대를 관통하는 고민을 담아 극을 쓰고, 여배우는 배우답게 온몸으로 부딪쳐 연기해야 하며, 여성 제작자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아우르는 신선한 이야기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성란·김효은·김나현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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