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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샹그릴라'의 사람들

김완신/논설실장

"당신은 이웃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습니까?" "거짓말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소외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요?"

심리 테스트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질문으로 국가의 경제발전 정도를 판단하는 국가가 있다. 중국과 인도 사이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위치한 작은 나라 '부탄'이다. 인구 약 75만 명의 불교국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전통문화와 정체성을 존중한다.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지키려고 외국 관광객의 입국도 1980년대 들어 허용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국내총생산(GDP)을 경제발전의 척도로 삼지만 부탄에서는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을 중시한다. GNH는 건강과 복지에서 커뮤니티 유대감과 국민의 정서 상태까지 총 33개 분야에 대한 조사로 이뤄진다. 앞서 언급한 질문도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이 소개한 설문 중 일부다.



절대군주제를 폐지하고 민주적 입헌군주제의 기틀을 마련했던 부탄의 4대 국왕 지그메 왕추크는 이미 70년대에 "GDP보다 국민총행복이 훨씬 중요하다"며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나라는 자격이 없다"고 선포했다.

올해 부탄연구센터가 71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77%가 '아주 행복하다'고 답했다. '행복하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95%을 넘는다. 여전히 후진국 수준의 국민소득을 보이는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부탄은 빈부격차가 크지 않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성공 스트레스도 적다. 여기에 공동체적 유대감이 강하고 문화적 전통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

한 해를 보내는 연말은 '행복'이라는 말이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는 시기다. 저무는 해가 감정의 굴곡을 만들고 주위를 돌아보면 행.불행의 대비도 두드러진다. 학자들은 행복이라는 감정은 가장 주관적이면서 상대적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상대적 박탈감이다. 주위 사람들 보다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불행을 느끼게 한다. 경제협력기구의 선진국 행복지수 조사에서 한국이 하위권을 기록한 것도 바로 한국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도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해밀턴 대학의 스티븐 우 경제학과 교수는 몇 해 전 연구에서 부유층이 많은 주(State)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난 것에 주목했다. 우 교수는 연구 결론에서 불행의 원인은 빈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에 행복하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

공동체 소속감과 유대감도 행복의 조건이다.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는 가정이다. 부를 축적하기 위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물질적 가치에 얽매여 가정의 의미를 잊을 수는 없다.

부탄은 정치제도를 바꾸고 국가를 개방하면서 매년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백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도 지금은 2000달러를 넘었다. 그럼에도 경제개발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경제 발전를 위해 행복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각성이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는 유토피아 샹그릴라가 나온다. 소설에서는 히말라야 근방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다. 소설 발표 후 샹그릴라는 이상향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자주 인용돼 왔다. 모두가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사회는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은 부탄이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샹그릴라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행복은 번영과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풍요가 행복을 가져오지도 못한다. 행복 안에는 물질적 풍요보다 나와 공동체 모두가 함께 나누고 향유할 소중한 가치가 존재한다. 행복은 또 스스로 느끼는 기쁨이고 만족이다. 한 해의 끝에서 '올해 나는 행복했는가'를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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