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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만족도 공식으로 풀어본 '선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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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5/12/24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12/23 18:27

김석하/사회부장

#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둔 18일 오후, LA남서쪽 엘세군도 인근을 지나던 버스가 갑자기 경찰에 의해 멈춰섰다. 경찰은 버스가 위협을 받고 있다며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했다. "이거 뭐야, 테러인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채 하차한 버스 승객들에게 심각한 표정의 경찰들이 다가섰다. 그리고는 갑자기 시민들에게 숨겨둔 선물을 건넸다. 100달러짜리 타겟 매장 선물권을 쥐여주고, 현찰이 든 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엘세군도 경찰국은 '시크릿 산타'라는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선물은 받는 사람이 놀라야 제맛이다.

# 한인기업 고위간부인 L씨는 며칠 전 대학생인 두 딸과 차를 타고 가던 중 "너희는 언제 산타클로스가 없는 걸 눈치챘니?"라고 물었다. 딸 둘은 귓속말을 하면서 깔깔댔다. "아빠,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크리스마스 선물이 베개 옆에 있었는데 카드에는 한국말이 적혀 있었어. 근데 그 글이 아빠 글처럼 못생겼었어. 언니한테 말하니까 '아빠, 엄마가 산타클로스야'라고 하는 거야. 그때 알았지." 선물은 자매의 수다같이 살짝 가벼워야 제 맛이다.

# 선물 만족의 법칙: Gs=(N x S)/ P. 여기서 *Gs=Gift satisfaction(선물만족도) *N=Needs(필요) *S=Surprise(의외성) *P=Price(가격)이다. 선물을 주는 사람의 만족도는 받는 사람의 필요와 깜짝 놀람에 비례하고 가격에 반비례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싸게 물건을 구입해 선물했는데 받는 사람이 "바로 이거야! 꼭 필요했던 건데"라고 기뻐할수록 선물을 잘 샀다는 이야기다. N과 S, P를 적절히 맞추려면 받을 사람의 성별, 나이, 취향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선물은 '심심(心心)'해야, '심심(深深)'한 맛이 느껴진다.

# 마음(心)이 없는 선물의 물질적 가치는 항상 저평가된다. 100달러짜리를 선물하면 받는 사람은 짐작으로 이 선물 가격이 67달러에서 90달러라고 여긴다고 한다. 특히 '선물의 감동지수'인 N과 S가 없기 때문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감동과 감사는 없고 괜히 돈만 날리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에서 산타클로스가 사라질 때 정성은 돈으로 대체된다.

# 요즘 가장 인기있는 선물은 기프트 카드다. 이 안에는 받는 사람의 자유가 들어있다. "내 마음대로." 주는 사람도 속 편하다. "알아서 해라." N과 S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다. 당장 기프트 카드를 쥐고 있으면 마음이 풍요롭다. 어린 시절 골목길 만두가게를 지나갈 때 주머니에 천원이 있으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달랑 몇 십원있으면 속이 쓰릴 정도로 배가 고프다. 자유의 힘. 그런데 자유는 후회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프트 카드를 받고 자유를 느끼지만 그 자유는 소비 후 곧 후회를 불러온다. 현금이나 기프트카드는 P만 줄 테니 N과 S를 알아서 챙기라는 무성의의 극치다.

#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선물 살 돈이 없는 가난한 부부가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에게 고급 머리빗을, 아내는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에게 시곗줄을 선물한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자른 아내에게는 머리빗이 필요없고, 시계를 팔아 버린 남편에게 시곗줄은 소용없다.

소설은 여기서 끝나지만 상상의 나래를 덧붙여보면, 부부는 필요없는 선물을 쥐고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안았을 것이다. "여보, 고마워요." 그들에게는 N과 S가 있었다. N과 S가 담긴 선물은 두 가지 행복을 동시에 담고 있다. 주는 사람은 선물을 고르면서 받을 사람의 감동을 먼저 느낀다. 받는 사람은 선물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안도감과 설렘을 맛본다. 그게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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