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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와 윌 스미스의 '크리스마스 매치'

신작 '레버넌트' vs '컨커션' 나란히 개봉
내년도 주요 시상식 남우주연상 놓고 격돌
실존 인물 그려내며 '역대급 연기' 펼쳐

내년 초 열릴 주요 시상식에서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는 배우들의 영화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나란히 개봉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레버넌트(The Revenant)'와 윌 스미스 주연의 '컨커션(Concussion)'이다. 시공간적 배경이나 전체적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과 각 작품의 주인공인 두 톱스타 모두 '역대급' 연기를 펼쳤다는 면에서는 닮아 있는 점도 많은 영화들이다. 두 영화의 매력을 비교해봤다.

레버넌트
The Revenant
(저승에서 돌아온 자)


'레버넌트(The Revenant)'는 지난해 '버드맨'을 통해 아카데미를 휩쓸었던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이다. 하지만 전작과의 분위기는 완전히 딴 판이다. '버드맨'의 경우, 자세히 들여다보면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일지 모르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경쾌하고 재기발랄했다. 반면 '레버넌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혹하고 강렬하며, 장엄하고도 비장하다.

영화의 배경은 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어딘가. 베테랑 사냥꾼인 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인디언의 습격으로 동료들과 도망치던 길에 홀로 숲을 누비다 곰의 습격으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뒤늦게 그를 발견한 사냥꾼 무리의 대장은 존(톰 하디)에게 후한 보상을 약속하며 휴와 그의 아들 호크를 무사히 본부까지 데려와달라 부탁한 채, 먼저 생존자들을 챙겨 길을 떠난다. 하지만 존은 돈만 가로채려는 심산으로 호크를 죽이고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는 휴를 숲 속 한 가운데 생매장 시킨 채 버려두고 본부로 돌아가 버린다. 간신히 살아남은 휴는 아들의 죽음에 오열하며 생존과 복수를 위해 극한의 고통과 위기를 이겨내며 본부로 돌아가기 위한 걸음을 뗀다.



영화는 2시간 36분의 극한 체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 몸이 부러지고 찢긴 채 막막하기 그지 없는 대자연 한 가운데 고립돼 버린 한 인간의 생존기는, 영화 속 캐릭터에게도, 이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와 연출해야 했던 감독, 그리고 보고 있는 관객 모두를 어떤 한계 지점까지 몰아붙인다. 휴의 여정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발목이 돌아가고 살점이 너덜너덜해진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든데, 무시무시한 추위와 배고픔, 시도때도 없이 목숨을 위협하는 야생동물, 깎아지른 산과 거센 물살의 강,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인디언의 공격이 계속해서 들이 닥친다. 디카프리오는 '연기'가 아니라 '자학'이라 느껴질 만큼, 처절하게 휴의 고통을 표현해 냈다. 유독 아카데미 상과 인연이 없던 그가 작정하고 한을 풀려는 듯, 완벽히 자신을 내 던진 연기를 펼쳤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 모든 것을 날 것의 느낌 그대로 적나라하고 집요하게 담아냈다. 관객은 자연히 그 앞에서 압도당한다.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해 '이렇게까지 보여줘야 하나' 싶다가도, 그 안에서 이글대는 에너지와 단호함에 결코 눈을 떼지 못하고 똑바로 그 고통을 응시하게 된다. 후반에 이르러선, 위대하고 숭고한 느낌마저 받는다. '버드맨'과는 180도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독특한 영화 체험을 선사하는 이냐리투 감독의 도전 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마치 숨을 쉬듯 유려히 흐르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아름다우면서도 위협적인 대자연의 풍경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영상은, 이 '실화'를 '신화'처럼 느끼게 해주는 신비로운 마법과도 같다. '그래비티'와 '버드맨'으로 2년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이매뉴얼 루베즈키 촬영 감독의 또 한 번의 놀라운 성취다.

컨커션
Concussion
(뇌진탕)


'컨커션(Concussion)'은 그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윌 스미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그가 영화에서 맡은 역은 나이지리아 출신 의사 베넷 오말루 박사다. 오말루 박사는 2005년 NFL을 비롯한 풋볼계는 물론, 전 미국을 발칵 뒤집었던 CTE(만성 트라우마 뇌질환·머리에 반복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뇌 퇴행성 질병)의 증상과 원인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의학적으로 증명해 낸 실존 인물이다.

영화 속 오말루 박사는 법의학자이자 신경 심리학자로, 모두가 인정하는 수재 중 수재다. 그의 화려한 학력과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나이지리아에서 어렵게 미국으로 건너와 정착한 오말루 박사는 부검 전문의로 일하다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 출신들이 이상한 증상으로 고통받다 허무하게 죽어가는 것을 보고 사비를 털어 그들의 뇌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발견해 낸 사실. 오랜 기간 훈련과 시합을 하며 과격한 몸싸움으로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게 되는 풋볼 선수들이 심각한 뇌손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이 때문에 중년에 들어서 신경정신과적 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말루 박사의 발견과 연구는 학계 유력 학술지에 실리며 주목을 받지만, 그의 고난은 그 때부터 시작된다.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가 '감히'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풋볼을 건드렸다는 이유에서다. NFL 의 견제도 심하다. 동료 의사들은 명백한 의학적 증거를 들이밀어도, 슬슬 발을 뺀다. 학계에서 왕따가 돼 버린 건 순식간이다. 풋볼 팬들과 대중의 날 선 협박에 가족까지 위험에 빠지고 만다.

전체적인 짜임새나 흐름 면에서 볼 때 '컨커션'은 다소 아쉬운 점이 엿보이는 영화다. 오말루 박사를 고독한 영웅으로 만들려는 접근은 다소 뻔하고, 역경 앞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도 조금은 밋밋하다. 진실을 덮으려는 의학계나 NFL 측을 너무 평이한 '악'으로 묘사한 것도 만족스럽진 않다.

그 모든 약점을 덮어주는 게 윌 스미스의 빼어난 연기다. 아프리카 액센트가 강하게 서린 어눌한 영어로 엉뚱하지만 지적이고, 순박하지만 정의로운 오말루 박사 역을 완벽하게 해 냈다. 그저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막으려 했을 뿐인 한 의사의 선한 의도가, 생각지도 못한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산산히 부서지고 상처받는 과정 또한 섬세하고 복합적으로 그려냈다. 스틸러스의 팀 닥터 출신인 줄리안 베일스 박사 역의 알렉 볼드윈도 좋은 연기를 펼쳤다. '더 이상 옛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다'며 용감히 오말루 박사 편에 서서 그를 돕는 베일스 박사의 캐릭터는, 알렉 볼드윈의 편안한 연기 덕에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든든하다.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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