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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전임' 총영사와 인터뷰한 이유

[LA중앙일보] 발행 2015/12/2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12/27 19:33

정구현/사회부 차장

전임자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사회부 연말 기획회의에서 발제한 시리즈 기사다. 현재 단체장에게 한해를 보낸 소감을 묻는 것은 뻔했다. 그래서 매년 똑같은 단체 결산 기사의 틀을 조금 틀어보자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전임자에게 후임자에 대한 평가를 묻고 싶었다. 잘한 점은 칭찬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조언을 구해 내년 단체 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또, 잊혀진 전임자를 다시 지면에 올려 재평가하자는 속뜻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리즈는 불발로 끝났다. 전임자 중 과연 몇이나 후임자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우선이다. 또, 월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리즈를 시작할까 말까 판단이 엇갈리는 동안, 발제자로서 기사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취재처 중 한 곳이 LA총영사관이다. 그래서 전임 총영사인 신연성 현 부산국제관계자문대사에게 연락했다. 근황을 묻고, 기사 의도를 설명한 뒤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냈다. 신 대사는 바쁜 와중에도 A4용지 5페이지에 걸쳐 꼼꼼히 답변을 적어보냈다. 그는 2011년 3월에 부임해 지난해 4월 3년 임기를 채우고 귀국했다. 은퇴 전 마지막 공직을 맡은 부산은 그의 고향이다. 세련된 외교관이자, 정 많은 경상도 남자다. 기획이 불발로 끝나는 바람에 1탄이자 마지막 편이 되고 말았지만, '전임자'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연말을 맞아 이런저런 부산시 내외부 행사를 수행하고 있다. 연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주변정리도 해야 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LA와 부산간 직항 노선이 논의되고 있다.

"LA와 부산은 자매도시면서도 실질적 교류가 부족하다. 특히 항구 교역 중심지라는 공통점에도 이를 활용한 협업도 기대 이하다. 직항 노선은 인적 물적 교류의 확대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태평양 지역경제 교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가장 기분 좋은 LA 소식은.

"데이비드 류의 시의원 당선 소식이다. 주류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동포들의 소식 하나하나가 고맙고 반갑다."

-총영사관 시절 부족했던 점은.

"너무 많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좀 더 마음을 열고 대범하게 처신할 수는 없었을까' 회한이 든다."

-어려운 질문이다. 최근 총영사관이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꼽는다면.

"최근 중국 출장에서 장강 물굽이를 보며 생각난 문구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일대신인환구인(一代新人換舊人)'이다. '장강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니 새로운 한 세대가 옛사람을 대신하네'라는 뜻이다. 다들 잘 하고 있어서 과거 내 부족한 점이 송구할 뿐이다."

-질문을 바꾸겠다. 재외공관 중 LA총영사관만의 역할이 뭔가.

"우리 모두는 LA를 재외동포사회의 전형이자 선망의 눈으로 보고 있다. 그 한가운데 총영사관이 있다. 공관과 동포사회는 분리할 수 없는 공동체다. 대척점이 아닌 같은 방향을 보며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을 함께해야 한다."

-LA총영사관의 내년 화두를 제시한다면.

"전임자 입장에서 화두 제시는 어불성설이다. 다만 개인의 화두로 대신한다면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을 추천한다. 단번에 이기려 하지 말고 흐르는 물처럼 순리에 맡기라는 의미다."

독자들은 인터뷰가 기대 이하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직설적인 비평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간에서는 감추려했던 숨은 의중의 조각 정도는 엿볼 수 있다.

불발 기사를 굳이 꺼낸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혹시 한해를 보내면서 스스로 부족한 점을 되짚기 원하는 '창조적인' 리더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어서다. 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답답해서 해법을 찾고 있다면.

전임자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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