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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인이 한인을 무시할 때

진성철/경제부 기자

미디어 에이전시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클라이언트 중에 가장 상대하기 불편한 담당자가 중대형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인 2세라며 푸념을 늘어 놓는다. 그가 연락하는 한인 2세는 클라이언트로 갑이고 김씨는 을이지만 그보다는 한인 2세로서 보여주는 우월감 때문이다. 그와의 전화 통화나 이메일 등에서 약간 무시받는 듯한 태도를 느끼면서 항상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 같은 한인이라 봐달라는 것도 아니며 단지 타인종과 똑같이만 대해 줘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이모씨는 최근 백인처럼 행동하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 이만 저만 아니다. 이씨는 아이가 주류 사회에서도 위화감이나 이질감 없이 녹아들어 살 수 있도록 키우기 위해 한인이 없는 마을로 일부러 이사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과거의 그런 결정이 이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는 코리안 아메리칸이 아닌 아메리칸이라고 주장하는 딸의 태도에 놀라서 한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딸은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반대로 아들은 대학에서 한인 친구들만 만나면서 미국문화에 상당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씨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다며 당황해 하고 있다.

미국에 살면서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고민이 있다. 아이들이 미 주류 사회에서 외부인으로 차별받지 않으면서도 한인으로서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것. 정말 어려운 숙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매주 한국학교에 보내거나 주말에 교회에 참석해 한인들과 어울리게 하거나 혹은 집안에서는 무조건 한국어만 쓰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녀가 올바른 한국인의 모습으로 커나도록 '강요' 한다. 그렇지만 결과는 위의 예처럼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모 양은 집에서 한국어를 안 쓰면 아버지에게 대단히 혼났다면서 오히려 이같은 꾸중은 반발심을 불러 일으켰고 아예 한국문화를 등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모 군은 부모가 방학 때마다 한국에 강제로 보내는 것이 싫어 한국문화를 일부러 멀리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수립하는데는 5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1단계는 미국 문화를 동경해 본인의 문화를 경시하는 것 2단계는 한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다시 생각하는 것 그리고 3단계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면서 미국 문화를 무시하는 것이다. 또 4단계는 양국간 문화에 대해 다시 성찰하는 단계이며 마지막 5단계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다른 문화도 존중하게 되는 시기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이모씨의 딸은 1단계에 아들은 3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말인데 이들이 5단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부모는 필요한 교육과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코리안이나 아메리칸 중 하나만 강조되어 편향된 삶을 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아이에게 균형된 정체성을 심어주기가 힘들다면 최소한 한인으로서 부끄러워하거나 다른 한인을 깔보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갖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만이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교육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사실이 그렇다. 한인이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해도 주류 사회에서 보면 그냥 아시안 아메리칸일 뿐이다.

혹시라도 자녀들 중에 한인으로서 다른 한인을 깔보는 태도로 본인의 정체성이나 자아의 우월감을 성취하려 든다면 그것만큼 우습고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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