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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왕도?…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라

영어교육전문가 조덕성 박사의 실전 조언

한인 학부모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자녀의 영어다. 영어를 잘해서 자녀의 대입 에세이를 읽어보고 고쳐줄 정도의 실력이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런 학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한국어 실력이 좋아도 수능에서 '국어' 만점 받는 사람은 응시자의 0.1%도 안됐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영어공부의 왕도를 알 수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영어교육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조덕성 박사와 영어공부를 주제로 만났다. 이메일과 전화를 이용했다.

-미국 태생 한인 자녀들이 대입 표준시험인 SAT나 ACT에서 상당수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다. 원인은.

"영어 교육의 문제점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나라들에서 공통적이다. 언어의 기본 원리를 영어에 적용시키지도 못한 상태에서 대입에 나서 기초가 부족하다. 이런 문화에서 교육받은 부모가 미국에서도 자녀의 교육을 왜곡된 방식으로 하려는 것이 원인이다. "

-한인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잘못된 영어교육에 대한 실례가 있으면 소개해달라.



"한국 교육은 현재 위기상황이다. 영어도 예외가 아니다. '영어를 한 달만에 정복'이라는 과장 광고가 인터넷에 버젓이 나돈다. 또한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은 '족집게 편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영어시험은 채점 편의상 선다형이기 때문에 고득점을 위한 온갖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의 사설학원 중에는 지문을 읽지도 않고 정답을 골라내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곳이 많다. 단적으로 말해서 순진한 아이들에게 속임수를 가르치고 있다. 독해력이 낮은 아이일수록 이런 방법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강의를 하는 학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편법으로 입학하면 당연히 미국대학에서는 졸업이 어렵겠다.

"그렇다. 미국 대학에서는 읽고 쓰는 과제물이 엄청나게 많고 수준도 높아서, 실용적인 영어 구사력, 즉 실제로 읽고 쓰는 영어실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 SAT나 ACT의 비정상적인 고득점자가 입학 후 바로 곤경에 처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

-편법 고득점자는 입학 후에 다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네요. 영어실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학생들의 미국 대학생활은 매일이 지옥이겠군요.

"네, 그렇죠. 10년 전에 새무엘 김 박사가 튜터를 모집하려 한인 아이비리그생을 물색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학부 재학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한인 학생 중에서 거의 절반 가량이 중간에 그만두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래서 20년간 입학했던 한인 학생 1400명을 무작위로 뽑아 조사했다. 그 중 졸업은 56%였고 나머지 44%는 중도에 탈락했다. 그는 그 사실을 논문에서 공개했다."

-일단 입학하면 졸업도 가능하고 어떻게든 따라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그 학생들도 제출한 점수로는 자격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보였기에 입학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것이 정상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경쟁력은 부족했던 것이다. 미국 대학 캠퍼스는 겉으로 보기엔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누가 더 빠르고 정확히 읽고 동시에 그것을 예리하게 분석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놓고 경쟁하는 곳이다. 그러니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매일 악몽을 경험하게 하는 전쟁터나 다름 없다."

-결국 학부모가 실상을 모르거나 잘못된 대책을 세우게 되면 피해자는 바로 자녀가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 대학이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추게 되나.

"비싸고 좋은 선생을 붙여주면 리딩을 잘 하게 될 것이고 믿는 것이 탈이다. 수학, 과학, 역사 등 과목의 경우엔 잘 배우고 문제집으로 훈련하고 잘 외우면 필요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리딩에서는 그런 방법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이 30%도 안된다. 좋은 선생 앞에 아무리 오래 앉혀 놔도 소용없다. 나머지 부분은 스스로 읽는 훈련을 해야만 터득되는 영어의 고유감각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 리딩 감각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설명해 주세요.

"리딩은 야구에서 타자가 방망이로 공을 쳐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왜냐하면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에게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짧은 시간 내에 타자가 그 공을 처리할 방법을 결정해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점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타자는 배팅요령, 자세, 구질파악 방법 등에 대한 이론을 수년간 배우게 된다. 그런데 투수의 공이 공중에 있는 시간은 불과 0.5~0.8초로 매우 짧다. 모든 이론을 동원해서 알맞은 타격방법을 짧은 시간 내에 논리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타자는 장시간 훈련을 통해서 모든 기술을 하나로 엮어주는 감각을 훈련해야 한다. 투수의 공이 타자 앞을 지날 때까지 눈만 떼지 않고 있으면 나머지는 감각이 근육을 움직여 타격을 자동적으로 처리해내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배팅에 맞춰 설명해 줘서 이해가 쉽다. 리딩 메커니즘을 설명해 달라.

"리딩을 수행하는 과정도 시간 제약 등이 유사하지만, 배팅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내용을 분석하고 정리, 요약하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중심 아이디어를 잡는 방법 등의 이론은 교사에게서 배운다. 그런데 매초 적어도 7~8 개의 단어가 눈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을 문장으로 재합성하고 그것을 모아서 문단으로 이해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면서 앞의 문단들을 연결해 흐름을 만들고 다음에 나올 문단을 예측하고 그때까지 읽은 전체를 지식과 상식으로 판단, 요약, 정리하는 등의 방대한 활동을, 그것도 새 단어들이 쉬지 않고 계속 눈을 통해서 들어오는 동안에 한꺼번에 처리해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감당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매초마다 초고속 리딩을 처리하려면 무의식에 가까운 감각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뜻이군요.

"그렇다. 독해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리딩 감각은 스스로 읽는 훈련을 해야 얻어지기 때문에, 선생이 가르치거나 대신 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능이 높아도 예외는 없다. 지능이 높다고 달리기를 잘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리딩 엮시 선천적으로 타고난 두뇌로 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훈련된 감각으로 하는 것이다."

-제가 고득점하려면 항상 책을 많이 읽으라고 강조하는 사람중 하나입니다. 그러면 리딩 훈련을 좀 더 단기간에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독서량이 부족한 한인 학생들에게는 매일 일정량 이상을 읽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지만, 아울러 같은 글을 수차례 반복해서 읽는 습관을 길러주면 영어의 다양한 표현과 그 고유 감각이 머리에 더욱 깊게 각인되기 때문에 독해력 뿐만 아니라 영작문 능력도 빠르게 향상된다. 언어학자들이 권장하는 방법인데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아이들의 독해력과 작문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병희 기자

"짧고 쉬운 책 골라 6개월만 도전해보라"
'샬롯츠 웹' '스타일 요소' 등 추천


조덕성 박사가 소개한 반복해서 여러번 읽는 것은 '반복독서(Repeated Reading)'라고 부르는데 영어의 감을 극대화시키는 '왕도'라고 볼 수 있다.

조박사에 의하면 논픽션이 효과적이고 긴 책보다는 짧은 기사나 책이 좋다. 처음에 5분에 걸쳐 읽는 기사도 2번째에는 1분, 3번째에는 더 빨라지므로 3~4번 반복해서 읽으면 감각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 학습법은 통계적, 실증적 자료가 뒷받침된 것이다.

만약 자녀가 초등학생이면 짧은 소설을 여러번 읽는 습관을 갖는 것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반론도 있다. 보다 다양한 것에 접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조박사는 30번을 읽는다고 해도 권장할 만하다고 했다.

이 학습법은 9학년이 따라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신 긴 소설보다는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를 열심히 여러번 읽게 하면 된다고. 조박사는 반복독서로 영어를 잘하는 것은 물론, 말더듬는 것도 고칠 수 있다며 작은 소리로 소리내 읽으면 효과가 더 좋다고 조언했다. 이런 학습법을 대개 6개월 정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반복독서는 부모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중 하나인 라이팅 성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그는 "라이팅은 좋은 선생도 필요없다.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반복독서가 리딩만이 아닌 라이팅에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박사는 반복독서에 좋은 책도 소개했다. 4~5학년생이라면 '샬롯츠 웹(Charlotte's Web, E.B. White저·사진)'을 시도하라고 추천했다. 표준영어의 기본을 다지기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생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좋은 영어 학습서로 '스타일의 요소(The Elements of Style, E.B. White공저)'를 적극 추천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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