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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다산이 보낸 200년 전 새해 편지

이종호/논설위원

조선시대 가장 많은 저술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실학자이자 사상가, 정치가, 의사, 지리학자, 과학자로서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목민관의 자세를 밝힌 '목민심서', 각종 사회개혁의 원리를 제시한 '경세유표', 형사사건을 다루는 관리들을 계몽하기 위한 '흠흠신서', 의료서인 '마과회통' 등이 대표적인 저작이다. 뿐만 아니라 3000여 편 주옥같은 시와 절절한 편지는 지금도 민족문화의 자산으로 우뚝 솟아있다.

다산을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오게 만든 계기는 아무래도 그의 편지 모음집 출간이 아닌가 싶다. 다산 연구에 평생을 바친 박석무 선생이 1979년 처음 펴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엔 18년 유배 기간 동안 다산이 두 아들과 둘째 형님,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와 당부의 말 등이 담겨있다. 자상한 아버지로서, 따뜻한 동생으로서, 엄격한 스승으로서 다산의 인간적인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는 60여 편의 글이다.

2016년 벽두, 그의 편지를 다시 들춰보았다. 이미 여러 번 읽었음에도 다산의 목소리는 여전히 간곡했고 그 일깨움은 다시 새로웠다. 새해 아침, 다산에게 배운 몇 가지 가르침은 이렇다.

첫째, 계획하고 실천하는 삶이다. 마침 다산이 새해 첫날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글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새해가 밝았구나. 군자는 새해를 맞으면서 반드시 그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는 소시적 새해를 맞을 때마다 꼭 일 년 동안 공부할 과정을 미리 계획해 보았다. 예를 들어 무슨 책을 읽고 어떤 글을 뽑아 적어야겠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워놓고 꼭 그렇게 실천했다."



언제부턴가 해가 바뀌어도 무심해지고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에도 무감해졌다. 이 편지는 그런 나를 향해 보낸 편지 같았다. 다산의 꾸짖음이 들리는 것만 같다. "그래서야 되겠느냐, 정말 그래서야 되겠느냐."

둘째, 상황 탓하지 말고 남 핑계대지 말기다. 다산은 천주교 박해사건인 신유사옥에 연루되어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됐다. 1801년, 순조 1년 때의 일이다. '대역죄'를 짓고 귀양 온 선비에 게 누구 하나 말 걸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거나 실의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공부할 겨를을 얻었다"며 스스로 위로하고 학문에 매진했다. 18년 긴 유배 생활 중에도 오직 글과 붓을 벗 삼아 그 많은 저작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

조금만 처지가 나빠져도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우리다. 아무리 상황이 열악하다 한들 유배지의 다산보다 더할까. 이 좋은 형편, 이 좋은 환경에 살면서도 어떻게 하면 될까 궁리하기보다 그저 안 된다는 핑곗거리만 찾고 있는 마음 자세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셋째, 생각을 바르게 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다. 다산은 두 아들에게 이렇게 썼다. "폐족의 자제로서 학문마저 게을리한다면 장차 무엇이 되겠느냐. 폐족이라 벼슬은 못하지만 성인(聖人)이야 되지 못하겠느냐. 문장가가 되지 못하겠느냐." 이 비장하고 처절한 당부 속에 서린 아버지의 피눈물을 두 아들은 과연 얼마나 알았을까.

이에 더해 왜 글을 읽어야 하는 지를 일깨우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어떤 자세로 이 시대를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모름지기 마음에 항상 만백성에게 혜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만물을 자라게 해야겠다는 뜻을 가진 뒤라야만 바야흐로 참다운 독서를 한 군자라 할 수 있다."

새해다. 또 한 해 그저 무심히 시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럴 때 200여년 세월을 뛰어 넘어 큰 선비의 가르침으로 한 해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이자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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