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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부자들의 병 '애플루엔자'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돈 많은 사람들은 무슨 걱정이 있을까?" 흔히 하고 듣는 말이다. "돈 좀 원없이 써봤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부록처럼 따라 붙는다. 돈이면 안 되는 일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이다 보니 재력으로 신분을 결정짓는 흙수저, 금수저 논란까지 생겼다.

단면적으로 보면 돈은 여러모로 편리하기도 하다. 그러나 돈이 넘쳐 오히려 걱정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최고급 스포츠카를 선물받고 자가용 비행기와 롤스로이스 자동차로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매일매일 파티로 지새우는 부잣집 딸 트레이시 게리는 21세 때 수백만달러의 유산을 물려 받았다.

하지만 30세가 넘어 그녀는 행복하기는커녕 돈에 짓눌려 살았다고 털어놨다. 수백만달러의 유산은 죄책감과 고독감, 무기력 등 골칫거리만 안겨주었을 뿐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가진 이같은 증상을 '애플루엔자(Affluenza)'라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들이 겪는 정서적·심리적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부자뿐 아니라 복권 당첨자, 새로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들은 마치 금칠한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의 심정이라고 호소한다.

애플루엔자, 이른바 '부자병'은 풍요로운 'affluent'와 유행성 감기를 뜻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로 1950년대 처음 등장했다. 이후 1990년대 관련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소개됐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병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이 부자병이 여러차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골칫덩이 10대 소년 때문인데 한심하기 그지없다.

텍사스주 출신의 이선 카우치는 16세였던 2013년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무려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카우치의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법적 기준치를 3배 이상이나 넘는 상태였고 상점에서 재미로 맥주를 훔쳐 나오는 길이었다. 중형감이지만 카우치에게는 10년 보호관찰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관대한 처벌이 내려졌다. 지역 유지인 부모가 고용한 변호인이 카우치가 '부자병' 환자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카우치가 삶이 너무 풍요로워 감정을 조정할 수 없는 부자병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 들인 것이다.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잃은 피해자 가족은 카우치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지만 법원은 부자병 소년을 더 애처로워 했다.

그리고 3년여 후 카우치는 사단을 내고 만다. 법원은 카우치에게 음주, 마약, 운전을 금지하라고 명령했지만 친구들과 흠뻑 취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의 동영상이 공개돼 궁지에 몰린 것이다. 처벌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한 카우치는 보호관찰관과의 접견 약속을 어기고 행방을 감춘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카우치가 모친의 도움을 받아 멕시코로 도주한 정보를 입수해 17일만에 검거했다. 카우치는 현재 미국 송환을 거부한 채 버티고 있다. 일단은 멕시코 정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시간은 좀 벌게 됐지만 결국은 미국으로 강제로 끌려와 실형을 살 신세다. 10년 보호관찰 명령에 불과했던 처벌은 최대 40년 징역형을 받을 수 도 있는 수준이 됐다.

이쯤되면 한번쯤 걸려보고 싶은 '부자병'이 중병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얇아진 지갑을 열자면 '돈 많은 사람들은 무슨 걱정이 있을까?'라는 속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풍요로움이 항상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돈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병은 더 깊고 중할 수 있다는 것을 위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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