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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수호신, 원숭이와 한해를 도모하며

[LA중앙일보] 발행 2016/01/12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6/01/11 19:18

박재욱 / 나란다 불교센터 법사

한번 몸을 날리면 십만 팔천 리를 장담한다는 '재주넘기' 도술로 땅을 박차고 몸을 솟구치자, 땅덩이가 뒤로 밀리면서 일진광풍이 몰아치고 백운이 일어 하늘을 덮었다. 오공의 모습이 허공에서 사라질 즈음엔 두 줄기 빛이 하늘을 갈라놓는다.

손오공은 물론 인기 장편소설 '서유기'의 주인공 원숭이다.

오공은 도술의 달인이며 여의봉과 같은 막강한 무기를 지닌 천하무적이다. 오공은 그런 자신의 힘을 믿고 천방지축, 안하무인 온갖 행패와 난행을 일삼는다. 옥황상제마저도 그를 어쩌지 못하고 석가여래에게 도움을 청한다. 석가는 오공을 붙잡아 자신의 손바닥을 벗어나면 살려 주겠다고 제안한다. 평소 석가와 '너나들이'해도 꿀릴게 없다고 자만해온 오공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드리고 이제 막 길을 나선 참이다.

오공은 공중돌기로 한번 또 한 번 무한공간을 날고 날아서, 마침내 석가의 손바닥을 벗어나 하늘 끝이라 여겨지는 곳에 사뿐히 연착륙하게 된다. 그곳에는 다섯 개의 거대한 돌기둥이 있었다.

오공은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흔적을 남겨야겠다싶어, 자신의 머리털을 뽑아 붓을 만들고 바위를 갈아 먹물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제일 우뚝한 돌기둥에 그동안 자칭해온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는 휘호를 일필휘지하였다. 제천대성은 옥황상제와 나란히 하는 위대한 신선이라는 의미이다. 오공은 그래도 미덥지 않았는지, 그 돌기둥 아래다 자신의 특유한 냄새를 남겨두기 위해 옹골차게 오줌을 갈겨놓는다. 이제 희색만면, 그야말로 신바람을 타고 귀환하여 득의양양 석가 앞에 섰다. 허나 이 무슨 날벼락, 석가가 들어 보인 손가락엔 하늘 끝 돌기둥에 얼마 전 자신이 써놓은 네 글자가 또렷이 보이지 않는가. 더욱이 석가가 손바닥을 들이밀자 그 지독한 지린내라니. '뛰어봤자 부처 손바닥'이었음을 직감한 오공은 잽싸게 몸을 날려 도망치려 했다. 그 때 석가의 손바닥이 오공을 덮쳤다. 다섯 개의 손가락은 거대한 돌산으로 변했고 오공은 오백년 동안이나 그 밑에 깔려있게 된다. 결국 삼장법사에 의해 구조되어 개과천선, 거듭나 수호신이 된다.

마침 올해는 붉은 원숭이의 해이다. 앞서 인용, 각색한 일화에서 일부 드러난 것처럼, 지혜와 열정으로 상징되는 원숭이 성격의 장점은 대체로 다재다능함과 영리함, 강한 자신감과 저돌적 승부욕 그리고 사교적이며 낙천적인 성격. 지극한 가족애, 잽싼 몸 등을 든다. 단점으로는 다혈질이며 경솔함, 인내심의 부족과 자기도취적 우월의식, 무모한 자만심과 야심 그리고 특출한 모방력과 교활함, 허영심 등을 든다.

이러한 원숭이의 장. 단점이 굳이 원숭이띠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원숭이해를 살면서 그 장점을 살려 습관이 되게 하고 단점을 멀리하여 한 해 동안 마음살림을 잘 경영하라는 의미로 받아드려야겠다. 그리하여 낡아가는 것이 아니라 넓고 깊게 익어가는 삶을 위한 자양이 되게 해야겠다.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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