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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심문 시설 '호먼 스퀘어'는 시카고판 '관타나모'?

한번 끌려가면 며칠씩 구금
수갑 채우고 먹을 것도 안줘
가족전화·변호사 접견 불허
대부분 흑인·인권유린 소송

흑인 용의자에 대한 무차별 총격 살해와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시카고에는 '호먼 스퀘어'라고 하는 시카고 경찰의 비밀 심문 시설이 있다. 과거 대형 리테일 창고로 사용되던 시설을 개조해 1999년부터 시카고 경찰이 용의자 수감 심문 시설로 쓰고 있다.

이 시설을 거쳐간 수감자의 80% 이상이 흑인이고 이들의 99%는 최소 3일간 이곳에 갇혀 심문을 받으면서 변호사 접견도 허용되지 않았다.

CNN방송은 14일 호먼 스퀘어의 인권유린 실태를 보도하면서 지역 인권 변호사들이 호먼 스퀘어에 대한 연방 법무부의 인권유린 행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코리 라이트는 한때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경찰에 대한 그의 이미지는 스무살 생일날 영문도 모른채 호먼 스퀘어로 끌려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라이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집 앞 현관에서 머리를 꼬고 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수갑이 채워져 호먼 스퀘어로 끌려갔다"며 "6월 푹푹 찌는 비좁은 방 안 벤치에 수갑 찬 손이 묶여졌고 가족에게 전화거는 것은 물론 변호사 접견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들이 번갈아 들어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살인 마약 사건에 대한 심문을 계속했고 이른 아침에 끌려갔는데 거의 해가 질 무렵에야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라이트는 CNN에 "체포 당시 내가 체포되는 줄도 몰랐다. 미란다 고지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고 몸을 수색한 후 끌고 갔다"면서 "이러다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는건 아닌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수감 3일이 지나서야 변호사 접견이 허용됐고 라이트는 전자감시 장치를 차고 가택연금을 하는 조건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4개월의 가택연금 후 열린 재판에서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가 체포된 이유 조차 명확하지 않다. 언더커버 여성 경관이 자신에게 20달러를 받고 0.4그램의 코카인을 판매한 유력 용의자로 그를 언급한 것이 체포 이유였는데 그 여성 경관은 여러 명을 상대로 한 심문에서 다행히 다른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라이트는 4개월 집에 갇혀 지내느라 대학 학기를 마치지 못했고 뒤늦게 돌아가 졸업을 했지만 직장 인터뷰를 할 때마다 법원 기록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무죄석방 사연을 구구히 설명하는 것에 지쳐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엔지니어링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퍼스트 디펜스 법률구조단체는 비슷한 경우를 당한 흑인 3명을 대신해 호먼 스퀘어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헤로인을 제조 판매한 혐의로 체포돼 호먼 스퀘어에 15개월이나 수감돼 있다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소송을 제기한 플린트 테일러 변호사는 "경찰은 이들에게 인종차별 폭언을 하고 목에 나이프를 들이댔으며 변호사 접견은 물론 먹을 것도 주지 않았다"면서 "3명의 케이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UC어바인의 법률 리뷰 조사에 따르면, 체포된 용의자의 99%는 구금기간 동안 변호사를 만나지 못했다. 호먼 스퀘어에는 용의자의 지문을 채취하는 장비도 없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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