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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곳을 찾아 목숨 걸고 히말라야 올랐다"

한국인 최초 히말라야 등정 송윤일씨
영화 '히말라야'에 예전 기억 떠올라
62년 경희대산악회 원정단 참여
"함께 등정했던 형에게 감사 표시"

'신의 영역'으로 불리우는 히말라야. 전문 산악인은 물론 평범한 사람들도 에베레스트 등정을 꿈꾼다. 최근 영화 '히말라야'가 흥행하며 최고의 산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국인 도전 역사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추위와 싸우는 고독하고 힘겨운 길. 그 길을 한국인 최초로 도전한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송윤일(80)씨. 1962년 경희대산악회 다울라기리2봉 원정대(대장 박철암) 소속으로 2명의 대원들과 함께 한국 산악인 역사를 새로 썼다.

송씨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원정에 나섰던 기억이 다울라기리의 눈 쌓인 모습과 함께 생생하다"며 "영화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 히말라야,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알려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히말라야 등정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만큼의 열정이 있었기에 '최초'라는 기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그때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꺼냈다.

평양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송씨는 중학교때 전쟁을 겪고 부산까지 내려갔다 서울에 정착했다. 광성고등학교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던 송씨는 58년 경희대학(당시 신흥대학)에 입학했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7명의 친구들과 함께 산악회를 만들어 등산을 시작했다. 백운대, 도봉산, 설악산을 오르고 울릉도, 독도를 다녀오며 '점점 더 높은 곳, 미지의 곳'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박철암 교수를 만났다. 그리고 얼마 뒤 박 교수로부터 '히말라야 등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송씨는 "힘이 좋았다. 해보고 싶었다. 아직 한국인이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도전도 승부욕을 자극했다"고 회상했다.

열정과 의욕이 넘쳤지만 현실은 달랐다. 히말라야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했다. 박 교수가 주축이 돼 다른 나라 산악팀들로부터 히말라야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목표는 다울라기리2봉. 1봉은 스위스 원정대가 이미 다녀갔다는 소식에 7751미터인 2봉으로 잡았다.

하지만 정보는 물론 등산 장비, 자금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남대문시장을 뒤져 군용텐트 2개를 사고 침낭 15개를 사서 뜯은 뒤 방한점퍼로 만들었다. 그래도 도전은 계속됐다.

여행경비가 모자라 당시 설립자인 조용식 총장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조 총장은 흔쾌히 '돈 걱정은 하지 마라'고 적극 지지했다. 김태 총장비서의 도움도 받게 되면서 탄력을 받은 원정대는 속속 준비를 마쳤다. 한국 정부의 원정대 승인이 1년 만에 나왔고 그 후 네팔 정부로부터도 승인을 받았다. 준비기간 4년, 승인에만 2년이 걸렸다. 다울라기리 지도는 일본의 한 산악인이 손수 그린 작품을 입수해 해결했다.

하지만 마지막 산이 남았다. 가족. 아버지는 '왜 시체도 못 찾게해외에서 죽느냐'며 장남을 만류했다. 송씨는 '아들 하나 없는 것으로 계산하세요'라고 말하고 그 길로 다른 대원들과 합숙에 들어갔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광복절로 들뜬 한국을 뒤로 하고 일본, 태국, 인도를 거쳐 네팔에 도착했다. 교통수단도 만만치 않던 그 시절이었기에. 원정대는 포카라에서 등정을 시작해 19일째 5100미터 1캠프를 설치하고 계속 올라 마양디 빙하 상단에 3캠프를 설치했다. 6100미터. 정상까지는 1700여미터. 송씨는 박교수와 함께 6700미터의 무명봉을 등정했다.

정상정복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히말라야 원정의 초석을 만든 영원한 기록을 갖게 됐다.

송씨의 도전 이후 한국 산악인들은 70년대 계속된 도전에 이어 77년 결국 고상돈 대원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게 된다. 송씨는 93년 단장으로 다시 한번 도전했다.

99년 LA에 정착한 송씨는 지금도 틈나는대로 산에 오른다. 영원한 산악인이다. 산악회 행사에도 참석해 산 이야기, 노하우들을 전한다.

송씨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 54년 전 함께 히말라야에 올랐던 박철암 대장에게 못다한 말을 전해야 한다는 것.

송씨는 "철암이형이 이제 90이다.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며 "형에게 '당신이 있기에 산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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