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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뜻이 없는 이름은 없다

이규용 신부 / 미리내천주성삼성직수도회

미국에 처음 와서 ESL 과정을 시작하는 첫 수업시간이었다.

동양인에게는 꽤 곤혹스러운 시간인데 학생의 이름을 선생님이 잘 알아듣지도, 발음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학생에게 혹시 영어 이름이 있느냐고 묻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학생은 당혹스럽다.

가톨릭 신부인 나는 세례명을 쓰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성경을 보면 이름은 탄생 배경이나 중요한 사건에 따라서 지어지곤 한다. 모세는 파라오의 딸이 물에서 건져냈기 때문에 '물에서 건지다'라는 뜻이다. 아브라함의 적자인 이사악은 웃음이라는 뜻이다.

늙은 나이에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아브라함과 이사악이 웃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이름을 이사악이라고 지으라고 하셨다.

이사악의 쌍둥이 아들인 야곱과 에사우도 각각 '발꿈치를 잡다' '붉은 털북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쌍둥이가 태어날 때 동생이 털이 붉은 형의 발꿈치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는 권위를 가진 이에 의해 이름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하느님께서 직접 이름을 바꿔주시는 경우도 있다. 아브람과 사라이는 '만국의 아버지'라는 뜻의 아브라함과 왕비라는 뜻의 사라로 바뀌었다. 야곱은 밤새도록 하느님과 씨름하여 이스라엘 즉 '하느님과 겨룬 자'라는 이름을 얻었다. 예수님에 의해 이름이 변경된 자로는 베드로가 대표적이다.

또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께서 '천둥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보아네르게스라고 부르셨다. 백성에 의해서 이름이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판관 기드온은 바알의 제단을 파괴했다고 해서 백성들이 여룹바알 즉 '바알과 싸우는 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사람이 어떤 운명을 지니게 될지를 암시하기도 하는데 예수라는 이름은 '하느님의 구원'을 뜻한다. 인류를 구원하시리라는 운명을 암시한다.

이처럼 뜻이 없는 이름은 하나도 없다. 가톨릭 신자들이 세례명을 함부로 짓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가톨릭 교회 내에서 세례명을 가진다는 의미는 교회 내에서 신분을 취득한다는 뜻이다.

가톨릭 교회는 한 신자가 교회 내에서 새로운 신분을 취득할 때마다 '모든 성인 호칭기도'를 바치는 전통이 있다. 모든 성인들의 이름과 함께 당사자의 이름도 같이 부르며 그 이름을 가진 이가 거룩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제서품식 때, 수도 종신서원식 때,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때에도 모든 성인 호칭기도가 울려 퍼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는 한 신자로, 사제로, 수도자로 혹은 교황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며 교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쓰인다.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신부가 악령이 들린 소녀의 미들네임을 묻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렇듯 이름이란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함부로 지을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이름을 짓거나 변경을 할 때에는 그만한 권위를 가진 자의 개입과 중요한 사건이 있어 왔다.

이와 연관되어 생각할 때 문득 한국에서는 정당의 이름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에선 같은 당명을 백 년 넘게 쓰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도 이름이 가진 의미를 살려 그 이름에 걸 맞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오래도록 추구하는 정당을 가질 수는 없을까.

platerlk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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