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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박물관 수장고 없으면 반환 어렵다

[LA중앙일보] 발행 2016/01/21 미주판 2면 기사입력 2016/01/20 22:20

대한인국민회 유물 한국행 집중 분석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과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앞줄 왼쪽부터)이 지난해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에 보관 중인 대한인국민회 유물을 관계자들과 살펴보고 있다. 김상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과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앞줄 왼쪽부터)이 지난해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에 보관 중인 대한인국민회 유물을 관계자들과 살펴보고 있다. 김상진 기자

"보존 시급" vs "LA가 제자리" 다툼
1년 간 법정 싸움에 유물만 더 훼손
"한미박물관은 역사적 책임 느껴야"


대한인국민회 유물의 한국행이 결정되면서 보존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03년 발견된 2만여 페이지, 1만 여점에 달하는 유물들은 100여년이 지난 고문서여서 훼손이 심각했지만 관련 단체들의 이해관계와 명분 다툼에 휘말려 박스안에서 썩고만 있었다.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과 한미역사보존위원회가 한국행에 합의하면서 유물들은 13년 만에 비로소 그 가치에 걸맞는 대우를 받게됐다.

▶분쟁 배경·쟁점=분쟁 배경은 유물 보존이라는 '현실적인 대안'과 한인사회 정체성을 앞세운 '유물의 제자리'간의 다툼이었다.

2003년 발견 당시부터 유물들은 훼손이 심각해 하루 빨리 보존처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후 10여 년간 관련 단체들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에 기념재단측은 2013년 8월 이사회에서 한국의 독립기념관으로의 이관을 전격 결정했다.

유물을 보존할 마땅한 수장고가 없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한국의 전문기관에 맡기자는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그러나 2014년 9월 LA한인회관에서 열린 공청회를 시작으로 반대 여론이 본격화됐다. 당시 참석한 대다수의 한인들은 "한인사회의 소중한 자산들을 우리가 보관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반발했다. 미주한인의 정체성과 뿌리교육의 중요성은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한국행을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USC 등 미국 대학에서 보존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한인사회의 유물을 미국의 사립대학에 맡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행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었음에도 이에 반대하는 보존위가 조직돼 법정 분쟁까지 불사하며 맞섰다. 이후 1년여간 양측은 법정에서 팽팽한 다툼을 벌여왔다.

▶합의 의의=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측은 이번 합의에 대해 "양측 모두 윈윈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념재단측은 한인 대표 단체로서 연초부터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데 큰 의의를 뒀다.

그러나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 선열들의 발자취가 담긴 보물을 놓고 후세들이 법정다툼을 벌였다는 비난은 면치 못하게된 상황이다. 양측은 이번 법정 투쟁에서 막대한 시간과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유물 보존하게될 한국 독립기념관의 홍선표 박사는 "합의는 축하할 일"이라면서도 "우리 유물 보존문제를 한인 사회내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미국 법정까지 간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념재단과 보존위 양측은 법정 싸움은 벌였지만 '유물의 시급한 보존 처리'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분쟁 때문에 유물들은 1년 넘도록 방치돼 더 훼손되고 말았다.

▶전망 및 남은 과제=유물의 보존 처리가 시급하다. 작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USC는 유물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스캔 작업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그래야 한국 독립기념관에서 본격적인 보존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에 간 유물을 반환받을 수 있느냐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양측의 3개 합의 문항중 마지막 문항은 반환 조건을 '수장고를 갖춘 박물관이 생기면'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건립 추진중인 한미박물관을 염두에 둔 조항이다. 그러나 한미박물관의 건립계획상 수장고 시설은 부실하다. 권영신 이사장은 "유물을 반환받기 위해선 한미박물관의 역할이 막중하다"면서도 "하지만 박물관이 그 역사적 책임을 깨닫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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