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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포터랜치로 돌아 가는 길

김완신/논설실장

"이런 환경재앙은 처음 본다. 엄청난 규모다. 멈추지 않는 개스가 마치 화산에서 솟구치는 용암처럼 분출되고 있다."

3개월 넘게 계속되는 포터랜치 개스 누출 사태를 두고 에린 브로코비치가 한 말이다. 브로코비치는 1996년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 힝클리 지하수 오염사태의 원인을 밝혀내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여성이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으로 일하던 중 환경오염의 주범인 PG&E(퍼시픽 개스.전기 회사)의 비리를 입증해 일약 스타가 됐다.

2000년에는 줄리아 로버츠가 브로코비치 역을 맡아 영화로도 개봉됐다. 현재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는 브로코비치는 PG&E에서 3억23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배상금을 끌어냈지만 그런 그에게도 포터랜치 사태는 놀랄 만한 것이다.

현재 남가주개스컴퍼니는 내달 말까지 개스 유출을 차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누출 개스정 1개의 영구 폐쇄도 발표했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전체 폐쇄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가 된 포터랜치 알리소 캐년에는 115개의 개스정이 있다. 860억 큐빅피트의 개스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다. 저장 용량을 갤런으로 환산하면 6430억 갤런에 이른다. 이들 개스가 개솔린이라고 가정한다면 동시에 승용차 약 430억 대에 주유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전국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의 천연개스 저장소가 포터랜치의 한적한 주택가 바로 뒷산에 자리한 것이다. 주민의 한 사람으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저장 규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시설의 노후다. 대부분 50년 전에 세워졌고 일부는 80년을 넘는 것도 있다. 개스시설 전문가들은 개스정은 정밀조사를 하기 전에는 문제를 발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현재 문제가 된 개스정도 2014년 주정부가 실시한 압력 테스트를 통과했었다.

천연개스의 누출을 감지하기 위해 첨가한 메틸 메르캅탄 성분도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 개스컴퍼니는 메르캅탄이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지 않고 장기적으로 건강상의 해가 없다고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전문가들은 메르캅탄의 해독성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건강상의 무해를 단정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포터랜치 사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개스유출 사건이면서 환경재앙으로는 지난 2010년 영국 석유회사 BP의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이후 최대 규모다. BP는 유출 사고와 관련해 연방 정부와 주정부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합의금으로 187억 달러를 배상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는 역사상 단일 기업의 단일 사고로 지불한 가장 큰 배상금액이다. 여기에 BP는 이미 초기 복구비용 및 법무비용으로 최소 300억 달러 정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코비치는 포터랜치 개스 누출을 '육지에서' 발생한 BP사고에 비교하기도 했다.

환경재앙에는 항상 공식이 있다. 일단은 예방 가능한데도 소홀히 다뤄 피해가 커진다. 포터랜치도 2008년에는 수리가 필요한 개스정이 3개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9개로 늘어 시설 노후화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환경문제를 일으킨 기업이나 개인을 법으로 처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을 사전에 예방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

포터랜치 개스 누출로 다시금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고충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집을 떠난 주민 집을 떠날 수 없어 머무는 주민 모두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하루 속히 누출 개스정을 수리하고 사고의 재발을 막는 철저한 안전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두달 이상 떠나 온 포터랜치 집으로 언젠가는 돌아가겠지만 그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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