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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디지털 세상의 이주민과 원주민

하필 까마귀 울음 소리에 괜한 관심이 생긴 것은 새해 들어 시작한 아침 동네 산책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비슷한 지점을 지날 때면 까악까악까악, 세 번의 울음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에 다른 까마귀가 깍깍 두 번을 짧게 답한 다음 푸드덕 날아오른다. 매번 반복되는 로직을 발견하니 궁금했다. 영민하기로 이름 난 까마귀의 울음소리니 뭔가 메시지가 분명한데, 대체 무슨 말을 주고받는 것일까.

호기심에 검색을 해본 결과는 재밌었다. 까마귀의 울음 소리는 무려 41가지로 분류되고, 이 울음은 본능적인 짝짓기 신호만이 아니라 위협, 경계, 싸움, 공포, 새끼를 찾는 소리, 친구를 부르는 소리 같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 언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둔감한 인간의 귀에는 까악까악이나 깍깍 두 가지 단순한 소리로 들릴 뿐이지만 실상은 그 형식의 조합과 강약을 더해 41가지의 의사 표현이 가능하고 그들 무리 간에 깜찍하고 훌륭한 의사 소통이 이뤄지는 셈이다.

새해 디지털부가 신설되고, 온.오프라인 미디어의 융합을 과제로 살짝 고민 중인 요즘의 나는, 0과 1의 조합에서 시작돼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이뤄가는 디지털 시대의 언어와 까마귀 소통법이 은근 닮았네 싶다. 단순한 기호로 다양한 의사 소통을 이루는 구조가 우선 그렇고, '까악까악'의 더하기 빼기의 조합만이 아니라 '소리의 강약과 길이 조절' 이라는 아날로그적 행위를 통해 41가지의 단어를 만들어낸다는 원리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숫자로 무게를 보여주는 디지털 저울이 '누른다'는 아날로그 운동을 통해 핵심 정보를 취하는 것과 유사하다. 아날로그의 힘이 디지털을 보다 '혁명적'으로 만든다는 역설과도 통한다.



종이 신문과 디지털 미디어가 뒤섞여 소비되는 시대에 독자 혹은 사용자들이 지금 원하는 뉴스, 앞으로 바라는 미디어의 정체와 코드를 맞추는 일 역시 그런 관점에서 풀어본다면 어떨까.

아날로그 환경에서 태어나 디지털 시대로 옮겨진 '이주민(Digital Immigrants)'과, 태생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키워지고 사고하는 '원주민(Digital Native)'이 혼재하는 사용자 집단은 뉴스가 그들 내부의 다양성에 친화적인 언어로 전달되길 원할 것이다.

특히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는 세상에 불가항력적으로 이주민이 되어 힘겹게 사용자 경험을 축적해가면서도 여전히 '아날로그 액센트'를 지니고 있는 30대 이상 세대들은 자신들의 디지털 진화 과정에 동행해 줄 '이주민의 언어'에 목마르지 않을까. 너무 빠르지 않게, 하지만 새로운 경험의 즐거움을 제공할 만큼은 충분히 앞선 모양으로.

한편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된 젊은 원주민들에게 뉴스는 '전달'될 뿐 아니라 상호 교환되는 것, 웹과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미디어와 독자가 함께 화학적인 완성을 이뤄내는 것일 수 있다. 당연히 그들을 향한 구분된 언어가 필요하다.

까악까악 디지털 기호로 소통을 하되, 그 크기와 길이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조절하여 '여기 먹이가 있다'고 신호하는 법, 원주민과 이주민 모두가 그 신호를 잘 감지하여 함께 먹이를 즐길 수 있는 대화법, 디지털의 톱니바퀴 사이사이 아날로그의 윤활유를 가감하여 시너지를 이루는 궁극의 방법을 찾는 일은 그러나 미디어의 고민만으로는 안된다. 이 대목에서는 명백히 '상호 교환'을 즐기는 원주민 스타일이 필요하다. 독자들도 함께 고민해주십사는 얘기다.


최주미 디지털부 차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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