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떡 드시고 우리 함께 힘 냅시다"
현장에서
한인의류협회 상가 떡 돌리기
600집 목표, 사업설명도 겸해
4일 오전 LA다운타운 자바시장 골목은 갑작스런 설 떡 돌리기 행사로 왁자지껄했다. 패션 경기 침체로 워킹바이어가 크게 줄어 한산했던 분위기에 일순 생기가 돌았다. 한인의류협회 장영기 회장과 사무국 직원들은 이날부터 나흘간 설 떡 600팩을 돌리기로 하고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스탠포드와 12가에 있는 스탠포드플라자 내 여성의류업체, 엘리슨(Ellison) 매장에 들어선 장 회장은 송편과 약밥,콩떡이 가지런히 담긴 팩을 내놓으며 인사를 건넸다. 장 회장은 직접 떡 돌리기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며, 협회가 새롭게 준비 중인 사업을 소개하고, 동참해 줄 것을 부탁했다.
장 회장이 주는 떡을 받아 든 엘리슨 매장의 엘리슨 홍 사장은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모두들 힘겨운 표정들인데, 짧지만 모처럼 가슴 따듯한 시간을 갖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홍 사장은 또, 각종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겠다고 일행을 격려하면서 "그동안 협회 측과 의류업체 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는데, 이렇게 설 떡을 돌리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사무국 직원들은 모바일 앱 '패션카마'를 알리고 활용하는 방법이 적히 스티커와 설명서를 나눠주고, 오는 3월 17일 LA페이스마트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망 및 잡 페어 참가를 부탁했다. 비회원사엔 회원 가입을 설득하고, 업체 현황 파악에도 열중했다.
장 회장 일행은 한인 매장만 들르지 않았다. 플라자 내 타인종 업소에도 들러, 설 떡을 나눠주는 이유를 설명하고 한인의류협회가 하는 일을 소개했다.
물론, 외부 사람의 낯선 방문을 모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끈적끈적해서 떡은 잘 안먹는다"며 경계하는 장면도 있었고, "마침 배고픈데 잘 됐다"며 장황한 설명보다 떡을 반기는 애교 섞인 모습도 있었다.
협회 일행을 쫓아 스무 집 남짓 떡을 돌리는 동안 "사업하기 너무 힘들다. 지난해보다 더 나쁜 것 같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여성의류업체 시스타일(Si Style)의 줄리 김 사장은 "워킹 바이어가 한창 때에 비해 10분의 1수준이다. 강달러 현상에 남미 손님이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인건비 인상과 노동법 단속 등으로 봉제공장들이 타주로 이전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하청업체의 임금체불로 인해 원청업체(매뉴펙처)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AB633'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김 사장은 '연좌법'인 633 때문에 국내생산을 지난해부터 상당부분 해외수입으로 돌렸을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서른 업소 가깝게 쉼없이 떡 돌리기를 하던 장 회장이 "잠시 쉬어 가자"며 일행에 S.O.S.를 쳤다. 장 회장은 "별것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만만하지만은 않다"고 말한 뒤 "그래도 이번 일은 회장이 되면 꼭하고 싶었던 일이다. 집집이 찾아 다니며 인사를 하고, 어려움을 나누면서 의류업체들이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 당 5달러 정도의 설 떡 한 팩이 500달러, 5000달러, 아니 그 이상이 돼 한인 의류업계 전체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면 투자대비수익률 만점이 되지 않을까.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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