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LA평통 35년 역사가 만났다

민족혼이 없으면 통일 못 한다 너무 밀어붙이지 마라
정치색 배제하고 민간 교류해야 진보학자도 초대해
다양한 시각 알려야 한다 서로 오고 가야 통일이 된다

"밥값에 인색하면 하나님이 빨리 부르십니다. 아시죠?"

"아니 왜 날 보고 그래."

웃음은 가식 없는 농담 사이 사이마다 터졌다. 민주평통 LA지역협의회 전현직 회장 7명이 4일 정오 옥스포드팔레스 호텔 1층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해 7월 임태랑(74) 현 회장이 주선한 첫 만남본지 <2015년 7월15일자 A-3면> 이후 7개월만이다.



참석자 수는 첫 모임 때와 같았지만 이날은 좀 더 특별했다. 참석자 중 한 명 때문이다.

"어이구 이제 오시네, 아니 이게 누구야.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만나네."

그가 들어서자 전현직 회장 6명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어나 그의 손을 맞잡고 얼싸안았다. 늦게 온 그는 문창배(75) 초대 회장이다. 1981년 출범한 평통의 LA 1기 수장이자 '산 증인'이다. 문 회장의 등장으로 전현직 평통회장단의 두 번째 모임은 역사적인 만남이 됐다. LA평통 35년 역사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잠시 감회에 젖은 김광남 회장이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2.3.4.5기 회장이 없네." 누군가 말을 받았다. "다들 돌아가셨지."

LA평통 전현직 회장은 13명이다. 참석자들은 고 이관옥 회장(2~4기), 고 안응균 회장(5기)의 빈자리를 떠올렸다.

식사를 주문한 회장들은 한 순간도 쉼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근황에서 골프로, 한국 언론의 톱뉴스인 딸을 살해한 목사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그러다 임태랑 회장이 가장 중요한 '안건'부터 꺼냈다.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정기적으로 만나시죠?"

내친 김에 참석자들은 날짜를 정하자고 입을 모았다. 전현직 평통회장 모임은 '짝수달 두 번째 목요일 점심'으로 이날 공식 결정됐다. 밥값은 돌아가면서 내기로 했다. 이날 식사는 가장 연장자인 차종환(80) 회장이 내기로 했다.

첫 모임과 마찬가지로 임 회장은 '선배 회장들의 고견'을 부탁했다. 기다렸다는 듯 다들 말문을 이어갔다. "통일 세미나에 전직 회장들도 초대해달라"(차종환 회장), "회장단만 모일게 아니라 역대 평통위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해달라"(이서희 회장), "밥 먹고 끝나는 자리가 아니라 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나"(김광남 회장).

대화의 마지막 주제는 자연스럽게 북핵 문제로 귀결됐다. 그런데 회장들의 발언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보수를 자처하던 회장들은 이날 진보를 논했다.

문창배 회장은 60년대 스위스를 찾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통일 후 한국은 중립국이 되어야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송 회장은 북핵 접근법에 대해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북한에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생각 자체가 난센스다. 핵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북이 내놓겠나"라고 지적했다.

차종환 회장이 말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을 상대로 한 '혹독한 대가' 발언은 톤이 너무 높았다."

참석자들은 이날 나눈 의견들을 한국 평통 사무처에 전달하기로 했다. 큰 틀에서 합의한 내용은 이렇다.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모든 대북정책이 완전 정지된다. 그런데 이런 때일수록 민간차원의 교류는 더 활발해져야 한다."

누군가 말했다. "우리 의견이 대통령에게 전달되든 안 되든 알려야 한다. 한국 정부에 통일에 대한 정책을 건의하는 것이 바로 평통 '자문 위원'의 역할 아니냐."

'평균 연령 73세' 회장들은 4월에 또 만나기로 했다.

정구현 기자

LA평통 이렇게 하라

▶문창배(1기.1981~1983)

"통일은 정권을 떠나 민족적 차원에서 봐주길 바란다. 민족혼이 없으면 통일 못 한다. 우리 민족 스스로 살 길을 찾는 것이 통일이다."

▶이청광(6.7기.1993~1997)

"너무 밀어붙이지만 말고 좌우를 보고 상의하시라. 갈등이 생길 때 오히려 침착하시라. 회장단도 중요하지만 실무자들을 챙기시라."

▶이영송(8기.1997~1999)

"비록 박근혜 대통령이 강경 대북책을 들고 나오더라도 LA평통에서는 정치색을 배제하고 민간 차원의 교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김광남(11기.2003~2005)

"지금껏 평통 세미나는 보수측 의견에 편중됐다. 이젠 진보적인 학자들도 초대해야 한다. 통일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알려야 한다."

▶차종환(13기.2007~2009)

"서로 오고, 서로 가야 통일이 된다. 교류의 장, 대화의 장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하는 것이 평통의 역할이다. 있는 것 나눠 돕고, 품자."

▶이서희(14기.2009~2011)

"일반 한인들에게 통일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평통의 역할이다. 역대 모든 평통위원들이 모여서 발전적인 의견들을 나누면 좋겠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