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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의 주위를 둘러보니] 수퍼보울, 상업주의와 기획력의 정수

한동안 미식축구 팬들을 달뜨게 했던 수퍼보울이 막을 내렸다.
상당수 미국인들은 미식축구를 ‘파이널 스포츠’라 규정한다. 스포츠 가운데 최고라는 의미다. 다소 오만한 표현이라 하겠지만 수퍼보울을 보면 그 말이 억지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특정 국가에서 자기네 팀끼리 최종 승자를 가리는 단판 승부에서 나타나는 각종 자료와 수치가 수퍼보울과 견줄 스포츠는 어디에도 없다.
하계 올림픽, 축구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등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의 마지막 날 경기보다 열기와 관심도에서 오히려 웃돈다.
미식축구가 미국은 물론이고 꽤 오래전부터는 수많은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종 장애물을 헤치고 나가는 불굴의 도전 정신, 자기희생에 바탕을 둔 영웅 만들기 등 독특한 경기 형태이기에 그렇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실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고 상업주의, 경기외적 재미를 결합시키는 기획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 본다.
아이비리그 몇몇 대학생들이 취미 차원에서 시작한 스포츠가 불과 한 세기 반만에 이 같은 규모로 발전한 예는 미식축구가 유일하다.


미식축구는 20세기 중반, 라디오 및 TV 보급으로 급성장했으나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 한때 위기를 맞기도했다.
인기가 오른 만큼 경기가 더욱 격렬하게 진행되다 보니 매년 부상으로 사망하는 선수들이 10여명에 이르렀다.
이에 종교계, 의료계를 중심으로 미식축구 폐지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미식축구계는 선수들이 착용하는 장비를 개량하고 치명적 부상을 야기할 수 있는 공수 행위들을 금지하는 룰 도입 등으로 발 빠르게 대처했다.
이후 사망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폐지론도 자연히 고개를 숙였다.
상업주의와 경기 외적 볼거리를 결합시킨 대표적 기획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스포츠가 전후반으로 구성되는데 반해 미식축구는 쿼터제를 택한다. 이는 전후반 방식 경기보다 라디오, TV의 광고를 두 차례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예정에 없던 상업방송 광고를 내보낼 필요가 생기면 주심은 이를 위해 경기를 잠시 중단시킬 권한이 있다.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치어리더들의 율동, 하프타임 쇼 등은 경기외적 재미를 주기 위해 선구적으로 도입한 제도라 하겠다.
미식축구처럼 한 나라에서만 성행하는 대표적 스포츠로 한국의 씨름, 일본의 스모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스모는 미국의 미식축구처럼 일본에서 인기를 끌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씨름은 그렇지 못하다.
씨름은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 시절 정권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국민이 스포츠에 몰입, 정치에 덜 관심을 갖도록 하려는 의도로 프로 스포츠 육성이 이루어졌다. 씨름도 그 가운데 하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씨름은 반짝 인기에 그쳤다.
경기외적 재미, 상업주의와 결합시키지 못한 기획력 부재가 원인이다.
스모 역시 씨름처럼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했다. 2차대전 패전 후 덩치 큰 미국인들을 보고 느끼는 일본인들의 ‘왜소 컴플렉스’를 거구의 스모 선수들을 등장시켜 해소케 할 목적이 컸다.
한국 씨름에 견주면 기술이 단조롭기 짝이 없음에도 스모가 인기 스포츠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식축구처럼 경기외적인 볼거리와 의미를 도입, 상업주의와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스모 선수들이 드나드는 통로 양쪽 좌석은 화도(花道)라 불리며 다른 곳에 비해 값이 비싸다. 주로 부녀자들이 앉아 입퇴장하는 스모 선수들의 몸을 ‘터치’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양발을 교대로 옆으로 들어올리는 행위 역시 성적 의미를 지닌다. 발을 많이 들어올려 중요 부위가 슬쩍 보이게 하는 선수가 보다 큰 인기를 끈다.
선수가 경기장에 올라와 소금을 뿌리는 의식은 부정과 사(邪)를 쫓는다는 의식이다.
선수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방식도 특이하다. 심판이 후원금 봉투를 경기 진행 부채 위에 얹어서 건네면 선수는 오른손을 휘저은 뒤 받는다. 이 행동은 허공에 마음 심(心)자를 쓰는 것으로 ‘(후원금을) 마음으로 받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사소하지만 관중의 눈길을 끄는 볼거리와 상업주의에 기반한 기획력이 스모를 일본내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케 한 것이다.
수퍼보울을 보면서 미식축구와 일본의 스모가 던지는 성공비결은 비단 한국 씨름계에만 던지는 교훈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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