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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피해자가 못한 용서, 도대체 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6/02/09 미주판 27면 기사입력 2016/02/08 18:36

성추행 혐의로 교단 재판에 회부됐던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에 대한 징계가 지난 2일 발표됐다.

교단 내 공직 금지 2년 강도권 2개월 정지다. 문제가 불거진 후 7년 만이다.

하지만 교계 안팎에서 논란은 여전하다. 사실상 교단에서 활동하는 목회자가 아니라서 이번 징계는 실효성도 없고 목회를 하는데 큰 지장도 받지 않는다. 한마디로 '면죄부'를 준거나 다름없는 경징계다.

먼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이번 재판은 사법기관이 주도한 게 아니다. 당시 피해 여성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당국에 신고하지 못했다. 이번 재판은 기독교 내부에서 교단 차원으로 진행됐을 뿐이다.

교단 재판국은 전 목사에 대한 여러 혐의 중 단 1건만을 인정했지만 그들은 전문 수사기관이 아니다. 전 목사가 다른 혐의까지 벗었다고 해석한다면 무리가 있다.

이번 징계 내용은 실망스럽다. 현재 피해자들이 '용서'를 못하고 있는데 그 누가 용서를 언급할 수 있는가. 교단 지도부에는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를 용서할 자격이나 권위가 없다.

일각에서는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 "성추행의 구체적 증거를 대라" "피해 여성들은 이단이었다" 등 반론을 제기한다.

그게 바로 성추행이라는 범죄가 수면으로 떠오르기 힘든 이유다.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성적 수치심으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다. 만약 피해자가 '내 딸' '내 손녀' '내 누나' '내 여동생'이라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부풀려진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 여성과 전 목사의 통화내용 피해자들의 진술서 등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된 각종 증거 자료만 살펴봐도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성추행'이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징계 여부에 있지 않다. 징계 이전에 피해자에 대한 눈물의 사죄와 통회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들이 평생 안고 살아갈 깊은 상처가 신의 은혜와 실질적인 도움으로 치유될 수 있게끔 참회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용서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과연 무엇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회복시키고 살리는 길이었을까. 판결문을 보니 피해 여성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건 철저히 생략되고 가해자를 위한 변명과 옹호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를 걱정하기보다는 한국 교계의 안위가 더 신경쓰이는 듯하다.

교계 곳곳에서는 이번 판결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건 징계 수준 때문만이 아니다. 회개와 용서라는 의미를 자의적으로 취한 뻔뻔함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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