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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산에 오르려면 집착을 버려야

[LA중앙일보] 발행 2016/02/09 미주판 28면 기사입력 2016/02/08 18:39

이규용 신부 / 미리내천주성삼성직수도회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13년 2월 11일 전격적으로 사임 발표를 한 후 2월 24일 바티칸 광장 창문에서 신자들과 마지막으로 삼종기도를 함께하셨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저는 이 말씀이 특히 내 인생의 이 순간에 있어서 아주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주님께서 나를 부르십니다. 주님께서 나를 산으로 오르도록 부르십니다. 산에서 더욱 기도와 묵상에 전념하라고 말입니다".

전임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비교해서 인기없는 교황이라고 평가되곤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군중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바티칸 광장뿐만 아니라 중앙대로까지 가득 메웠다.

그리고 "주님께서 나를 산에 오르도록 부르십니다"라는 대목에서 다소 격앙된 듯한 감정이 묻어나자 군중은 거의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베네딕토 교황은 왜 하필 산으로 간다고 하셨을까. 사실 산은 거의 모든 종교의 요람이다. 유대교는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으면서 시작하였고 이슬람교도 무함마드가 히라 산 동굴에서 가브리엘 천사를 만난 것이 기원이다. 불교의 사찰들은 주로 산에 그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교도 산과 인연이 깊다. 유일신 성부 하느님께서는 이민족들에게는 산악지방의 신으로 여겨졌다. (1열왕 20, 23).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를 뽑기 전에 산에서 밤새도록 기도하셨고 공생활 중에도 틈틈이 산에 따로 오르시어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며 기도하셨다. 타볼산에서는 거룩하게 변모하셨고 수난 전 게쎄마니 동산에서는 피땀을 흘리면서 기도하셨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산에 오르시는 장면은 성경에 18번 이상 나온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예수님께서 기도하시기 위해서는 항상 산을 혼자서 오르셨다는 것이다.

타볼산과 게쎄마니 동산에서는 중요한 제자 몇 사람과 함께 오르시지만 어느 부분부터는 혼자가 되신다. 산에서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서는 혼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볼산에서 갑자기 나타난 모세와 엘리야도 모두 하느님을 한 번씩 뵈었던 사람들이다. 모세와 엘리야는 둘 다 40일 동안 단식한 후에야 시나이산 혹은 호렙산에서 홀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산으로 부르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산은 인간을 겸손하게 하여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는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 언제나 극도의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신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모리야 산에 올라서 맏아들을 바쳐야만 했고 예수님은 해골산에 십자가를 지고 오르시어 인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바쳐야만 했다. 이는 하느님께 자신을 완전히 굽히는 겸손의 순명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는 산에 오르기 위하여 무엇을 바쳐야만 할까. 내가 하느님을 만나는데 방해되는 모든 집착을 버려야만 한다. 돈, 명예, 권력, 능력, 자존심 따위의 것들은 산에 오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버리고 홀로 산으로 올라갈 때만 비로소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platerlk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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