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영 산부인과 전문의가 말하는 여성 암환자 호르몬 복용
66세의 여성이 2년만에 정기 검진을 하러 병원에 왔습니다. 작년에 대장암이 발견되어서 수술을 했고 다른 검사는 받지 않았다며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습니다.이 환자는 2006년도에 대장암으로 수술을 한 경험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왔습니다. 다행히도 수술을 일찍하고, 약물치료 즉 chemotherapy 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불행 중 다행인 경우였습니다.
이환자는 폐경 후에 여러가지 폐경 증세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점점 더 심해져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내과에서는 암 수술 한 적이 있으니 호르몬제 사용은 삼가 하라고 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너무 갱년기 증세가 심해 치료를 해달라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이 환자에게는 희소식이 있습니다. 여성 호르몬이 대장암과 위암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연구발표가 새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원래 유방암이나 자궁암 같은 경우에는 에스트로겐 수용기 즉 estrogen receptor가 있고 호르몬을 쓰면 암이 재발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대장암의 경우에는 이 receptor 가 반대 작용을 해서 오히려 에스트로겐을 쓰면 대장암 재발을 34% 정도 줄인다고 합니다. Estrogen receptor alpha와 estrogen receptor beta가 어떻게 작용해서 이럴 수 있는지는 복잡한 학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여러 연구기관에서 많은 여성들을 상대로 몇 년간의 임상실험을 통해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에스트로겐 사용이 34% 정도 대장암의 재발 확률을 줄이며, 에스트로겐을 복용한 환자들은 약 20% 정도 대장암의 재발 확률을 줄인다고 합니다.
이 환자는 에스트로겐을 복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대장암 재발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내실 수 있었습니다.
에스트로겐이 암환자에게는 맞지 않다라는 선입관과 또 의사가 에스트로겐을 처방했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책임 소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 그리고 잘 알지 못하면서 환자의 절실한 요구를 묵살하는 의사의 자존심으로 인해 이 환자는 고통을 받을 뻔 했습니다.
대부분의 암은 사실 에스트로겐을 쓰면 안됩니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도와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의사의 삶의 우선 순위는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아픔과 고통에서 환자를 해방시켜 주는 일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의사라 할 수 있습니다.
문의 : 213-739-1025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