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애틀랜타에 두레마을 선다

아틀란타 한인교회 50년의 꿈
메이스빌 ‘두레마을’을 가다
“누구나 와서 쉬고, 농사짓
힐링을 체험하는 공간 조성”

한인 밀집거주 지역인 둘루스에서 I-85 고속도로 북쪽으로 1시간을 달리면 ‘메이스빌’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좁다란 2차선 도로를 지나면 도시의 중심가가 보인다. 오래된 시골 마을 풍경이 마치 ‘좀비’ 영화의 배경과 흡사하다.

마침내 ‘KCA 리트릿 하우스’(Retreat House)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아틀란타 한인교회가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매입한 90에이커의 땅이다. 이곳에는 기독인들 뿐 아니라, 애틀랜타 모든 한인들의 치유와 평안함을 누리기 위한 힐링공간 ‘애틀랜타 두레마을’이 형성되고 있다.

기자가 두레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탁 트인 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오피스와 상가 등 도심풍경에만 익숙했던 눈이 갑자기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비가 종일 내려서인지 겨울을 깨우고 올라오는 풀 냄새가 짙게 풍긴다. 밭 오른쪽에는 수 백 그루의 나무가 막 심긴 듯했다.

왼쪽을 돌아보니 포크레인 한 대가 땅을 고르고 있었다. 차로 밭에 들어서려고 하자 한 남자가 웃으면서 “진흙에 차가 빠진다”며 말렸다. 덥수룩한 수염에 농부의 모습을 한 그는 이 두레마을을 지어가고 있는 조규백 목사다. 조 목사의 안내로 수양관에 들어섰다. 쥐똥나무 열매로 만든 차를 대접받았다. 마음까지 힐링이 되는 듯 했다.



조 목사에 따르면 이 부지는 지난 2007년 매입됐다. 2세들을 위해 또 지역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였다. 90에이커 규모의 이 부지는 과거 9홀 골프장이 있었던 자리다. 지난해에는 무와 배추를 심어 자원봉사자들과 교회 교인들이 함께 나눠먹기도 했다. 조 목사는 “절반은 사슴이 가져갔다”면서 껄껄 웃었다.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상근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유명세를 탓던 ‘그레이트 피레니즈’(Great Pyrenees) 세마리가 낮선 손님들을 반겼다. 메이스빌과 두레마을의 이름을 따 메이, 두레, 그리고 빌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진흙투성이의 발로 덥썩 안기는가 하면 인근의 호숫가에서 자유롭게 물을 마시기도 했다. 또 함께 사는 고양이들을 핥아주면서 끼고 자기도 했다. 천국에서는 모두가 이렇게 지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 목사는 “원래 그레이트 피레니즈 품종은 양을 지키는 목양견”이라며 “집을 잘 지키고, 주변 동물들을 잘 돌보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에 잘 맞는 품”이라고 설명했다.

부지 한 쪽에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그리고 호수 주변에는 작은 길이 나있다. 조 목사는 “기도와 묵상하는 길”이라고 했다. 길을 걷으면서 새소리, 물소리는 물론, 생명이 깨어나는 것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지난해 무와 배추를 심었던 밭으로 향했다.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그곳에는 ‘봄동’이 파릇파릇 피어나고 있었다. 조 목사는 “봄동은 봄을 알리는 채소로 신선해서 맛도 좋고 몸에도 좋아 벌써부터 뜯어다가 먹고 있는데 참 즐겁다”고 웃었다.

애틀랜타 두레마을은 한인교회가 50주년이 되는 해에 맞춰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후원조직을 갖췄고, 봄이 되면 대추나무와 석류, 매실나무 등을 심을 계획이다. 또 숙소를 마련해 누구나 와서 쉴 수 있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 목사는 “농사를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을 느끼고, 삶의 비움을 배우는 진정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틀랜타 두레마을. 그 곳에는 치유와 평화를 꿈꾸는 한인들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었다.

===================================================================

애틀랜타 두레마을은 어떤 곳

5개년 계획아래 힐링 공동체로 탈바꿈

메이스빌에 있는 90에이커 규모의 애틀랜타 두레마을은 아틀란타 한인교회(담임 김세환 목사)가 지난 2007년, 이민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매입했다. 당초 계획은 수양관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장처럼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후원과 운영을 위한 조직을 꾸리고, 4년뒤 한인교회 50주년에는 공동체를 통해 힐링하는 공간 ‘두레마을’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추나무 심고, 땅 고르고= 한인교회 교인들은 매주 시간을 정해 두레마을을 찾는다. 교인들은 이곳에서 나무심기를 돕기도 하고, 두레마을을 일구는데 필요한 일들을 한다.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간혹 타 교단 목회자나 일반인들이 자원봉사자로 방문하기도 한다. 1월 중에는 몸비우기 운동을 전개했고, 2월 초에는 대추나무를 심었다. 조규백 목사는 “총 1200그루의 나무를 들여왔는데 이제 200그루를 심었을 뿐이다. 앞으로 살구, 매실 등을 심고 표고버섯, 고구마 종자 등을 구입해 재배할 계획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농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농업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생명과 평화를 경험할 수 있다”며 “유기농의 세계는 서로 돕는 상생관계를, 그리고 그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들이 숨어있어, 상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도구는 바로 농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기도길·힐링가든도 조성= 두레마을은 힐링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5년 계획에 따르면 향후 이곳에는 기도길, 기도 황토방 등 묵상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며 힐링가든, 과수원, 밭, 농장, 캠프 사이트 등이 조성된다. 또 우울증이나 심신이 고단한 한인들을 위한 숙식공간과, 원형극장도 만들어 수련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조 목사는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며 “아프고 힘든 분들이 올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스, 청년그룹, 가족단위 교육 등 영성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독교 훈련센터도 갖출 계획이다. 또 자연으로부터 나온 건강식을 섭취하면서 몸을 비우고, 묵상을 통해서 생각을 비우는 ‘비움’을 경험하는 영성공동체를 지향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조 목사는 “교회들이 침체기에 있는데, 이는 정화기능이 없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곳의 시스템을 통해 공동체를 경험한 일꾼들을 키우고, 이들을 통해 미주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관심과 도움 절실”

평생 농업목회 헌신 조규백 목사

첫 인상만 보면 마치 야인과 같다. 덥수룩한 수염에 짧은 머리. 오랜 기간 귀농을 한 지식인과 같은 모습에 목소리까지 까랑까랑하다. 지난 3일 조 목사에게 ‘두레마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두레마을에 대해 “땅과 사람을 살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살리고, 사람들의 몸을 살리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또 ‘두레’의 뜻에 대해 ‘기독교 공동체’를 의미하며 한편으로는 낮고 천한 곳을 중요시하는 ‘바닥정신’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금이야 말로 이민사회에 공동체가 필요한 시기”라며 “침체된 교회의 정화기능이 필요한데, 두레마을 이야말로 정화기능을 통해 교회들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조 목사의 설명처럼 두레마을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다. 6시에 일어나 산책과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식사와 함께 일거리를 논의한다. 9시부터는 3시간 동안 노동한다. 두레마을에서는 ‘자연과의 놀이’라고 표현한다. 점심식사 후에는 예배를 보고 3시이후에는 각자 맡은 일로 돌아간다. 저녁에는 산책과 독서, 개인기도 등으로 이어진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함을 찾는다. 지난해에는 지역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몸 비우기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일주일간 건강식을 먹고, 묵상과 산책 등으로 몸과 마음을 비우는 영성 훈련이다. 조 목사는 “농업은 평등과 생명, 그리고 평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상식의 세계”라며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조 목사가 두레마을에 몸담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는 “어찌보면 그럴 운명이었을 수도 있었겠다”고 답했다. 그는 1989년도부터 강원도 평창 봉평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고교시절까지 집안의 농사를 도왔다. “농사짓는 일은 다시는 않겠다”고 다짐한 뒤 신학교에 간 그는 졸업 후 농촌 목회지로 부임하게 됐다. 그리고는 교인들과 같이 농사를 짓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예수님이 농사짓는 곳에서 사역을 하셨다면 어떤 모습일까 고민했어요. 결론은 농사를 지었겠다 싶었죠.” 처음엔 교인들과 함께 농장을 빌려서 농사를 지었다. 교인들은 열흘에 한번씩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교회 공동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 그는 ‘몸으로 드리는 십일조’라고 말한다. 이후 5500여평의 땅을 매입하면서 공동체를 시작하게 됐다.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와의 만남은 그가 미국으로 오게 된 계기였다. 김 목사가 조 목사에게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두레마을을 해보자고 권했던 것. “교단도 달랐는데, 참 생각이 트인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결국 2000년에 미국으로 건너왔죠.” 캘리포니아 주 베이커스 필드의 64에이커의 땅에 두레마을을 만들었다. ‘미국 이민사회에 꼭 필요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캘리포니아 두레마을은 과일나무 4500그루를 심고, 1년에 4000여명이 방문하는 공간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새로운 두레마을을 꿈꾸면서 애틀랜타로 왔다.

그는 애틀랜타 두레마을에 대해 “5년 계획을 갖고 다양한 일들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동을 통해 사람을 정화시키는 곳이 바로 두레마을이다. 누구나 와서 나무도 심고,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메이스빌= 권순우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