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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망나니 히어로냐, '돌아이' 패션피플이냐 …

영화 '데드풀' vs '주랜더 2' 매력 분석

밸런타인스 데이를 앞두고, 극장가는 '돌아이'들의 공습으로 시끌벅적하다. 오늘(12일) 나란히 개봉하는 영화 '데드풀(Deadpool)'과 '주랜더 2(Zoolander 2)' 얘기다. 두 작품은 의도치 않은 수퍼 파워를 갖게 된 돌연변이의 활약과 패션계 이단아들의 예상치 못한 모험이라는 180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엉뚱하고 황당하기 그지 없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과 잠시도 쉴새 없이 관객을 웃기는 코미디란 점에서 서로 통하는 면도 많다. 두 영화의 매력을 비교 분석 해봤다.

문제적 히어로 '데드풀'

데드풀은 본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어벤저스 군단'을 거느리고 있는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 중 하나다. 대부분의 수퍼히어로 캐릭터들이 마블 스튜디오와 디즈니를 통해 제작되고 있는 것과 달리, 데드풀은 돌연변이 군단 엑스맨들과 함께 20세기 폭스사를 통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데드풀은 만화책으로 처음 세상에 소개됐을 때부터, 마블 역사상 전무후무한 문제적 캐릭터로 유명했다. 그에겐 불의에 맞서야 한다는 정의감이나 세상을 구하겠다는 대의따위는 없다.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특수부대 출신 경력을 살려 해결사 노릇이나 하면서 껄렁거리며 사는 그다지 존재감 없는 인물이었다. 첫 눈에 반한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 하루하루 불같은 사랑을 하며 사는 게 삶의 의미일 정도다. 그러다 온 몸에 암세포가 퍼져 생명이 위독하단 사실을 알게 된 웨이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생체 실험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몸이 완치된 것은 물론, 어떤 상처도 순식간에 재생해버리는 '힐링 팩터'까지 얻게 되지만 그 대가로 온 몸에 화상같은 상처를 입게 되고, 바네사와도 이별하게 된다. 웨이드는 자신의 정체를 감출 쫄쫄이 슈트를 디자인해 입고 데드풀이란 이름의 '안티 히어로'로 다시 태어난다. 분노에 불타는 데드풀은 망나니처럼 눈하나 깜빡 않고 복수의 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상대편도 바네사를 납치해 데드풀에게 맞서면서, 양측의 충돌은 한층 거세고 과격해진다.



주인공에게 수퍼 파워가 있다 뿐이지, '데드풀'은 그간 등장했던 수퍼히어로 영화들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일단 남녀노소 모두가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가족용 영화가 아니다. 주인공 데드풀이 구사하는 액션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킹스맨'처럼 만화적이면서도 잔혹하고 무자비하다. 사람의 머리로 총알이 관통하고 사지가 잘려나가거나 몸이 두 동강 나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강렬한 음악을 입히고 슬로우 모션 등으로 멋까지 잔뜩 부려, 이 끔찍한 장면들을 넋 놓고 바라보도록 장난질도 쳤다.

속사포처럼 쉴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들도 저렴하기 그지없다. 대놓고 상스럽고 야하다. '셀프 디스' 직격탄도 마다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초단위로 퍼붓는 '19금' 농담과 '삐'소리가 어울릴 욕설들에 얼굴이 찌푸려질만도 한데, 낄낄 웃음이 난다. 과하게 폼을 잡으며 비슷비슷한 패턴으로 지구를 구하던 수퍼히어로들과 달리, 평균 이하였던 남자가 깨방정을 떨며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적을 때려부수는 게 한층 더한 쾌감과 묘한 공감대를 만들어줘서다.

2011년 DC 코믹스의 수퍼히어로물 '그린 랜턴'에 출연했다가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대굴욕을 당했던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번 영화를 통해 흑역사를 멋지게 만회했다. 데드풀 캐릭터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액션, 코미디, 심지어 로맨스까지 훌륭히 소화해 낸 덕이다.

패션계의 이단아들'주랜더2'

요새 한국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속어 중에 '병맛' 이란 표현이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따르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영화 '주랜더' 시리즈는 이 '병맛' 이란 표현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영화다. 2001년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패션계의 두 이단아 데릭 주랜더(벤 스틸러)와 핸젤(오웬 윌슨)을 등장시키며,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 놓았을 때부터 그랬다.

15년만에 나온 '주랜더2'에서도 그 '병맛' 정신은 그대로 이어진다. 영화는 한 마디로 '무림'을 떠난 두 주인공 데릭과 핸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지난 수 년간 두 사람의 삶을 뒤흔들었던 사건사고도 빠르게 보여준다. 데릭은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패션계의 놀림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하나 남은 아들마저 제대로 돌보지 못해 양육권을 박탈당한 채, 홀로 세상을 등지고 칩거해 살아가고 있다. 헨젤도 마찬가지다. 사고로 안면에 상처를 입고 만 헨젤은 가면으로 얼굴 반쪽을 가린 채 사막에서 여러 명의 아내와 파트너를 줄줄이 거느린 채 기인처럼 살 뿐이다.

그런 두 사람에게 이탈리아에서 초청장이 날아든다. 좋은 조건으로 패션계로 복귀하라는 제안이다. 망설이던 두 사람은 추락한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여 이탈리아로 향한다. 특히 데릭은 빼앗겼던 아들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각오를 다진다. 하지만 이는 1편에서부터 두 사람을 괴롭혔던 무가투(윌 패럴)의 음모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데릭과 헨젤은 인터폴의 미녀 에이전트 발렌티나(페넬로페 크루즈)와 손 잡고, 패션계를 뒤엎으려는 무가투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

'주랜더2'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아귀가 맞는 대화 따위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그저 아무렇게나 찍찍 던져대는 주인공들의 대사나 황당하기 그지없는 B급 유머 앞에 자신을 내려놓는 게 맘 편하다. 그만큼 영화는 작정하고 막장의 길을 간다.

10여년만에 만난 아들이 뚱뚱하다고 싫다며 돌아서는 데릭의 모습이나, 인종과 성별을 가리지 않는 12명의 파트너를 한꺼번에 임신시키는 핸젤의 기행이 대표적이다. 이해하려 들기 보단, 마음껏 손가락질하고 비웃어주는 재미로 볼 설정에 가깝다.

대신 여전히 파워풀한 벤 스틸러, 오웬 윌슨, 윌 패럴의 삼각 편대를 중심으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카메오를 줄줄이 등장시켜 만들어내는 웃음 포인트는 '주랜더2' 만의 마법이다. 저스틴 비버, 베네딕트 컴버배치, 수잔 서랜든,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티 페리 등 스타들 뿐 아니라 알렉산더 왕, 토미 힐피거, 마크 제이콥스 등 유명 디자이너와 보그 편집장 안나 위투어 등 실제 패션계 인사들도 대거 등장해 깨알 웃음을 선사한다.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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