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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하루하루의 끝은 생각보다 훨씬 잔혹하고 험난"

한인중년남성 영화 '굿맨'
제작비 소셜펀드로 모금

40대. 불혹의 한인 남성들은 혼란스럽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대화를 잊고 아내는 틈만 나면 잔소리다. 부모는 병치레가 잦다. 중간에 끼어 답답하다. 직장에서도 위아래 사이의 낀 세대다. 더욱이 한국인으로 태어나 미국인으로 성장한 1.5세 한인들은 정체성마저 흔들린다. 가정과 사회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40대 한인 남성들. 열심히 살아온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탱고9 프로덕션' 김승현(사진) 감독이 주목한 이야기다.

제목은 '굿맨(A Good Man)'. 영화는 풍요로웠던 시절, 모두에게 좋은 사람(Good Man)이었던 그날을 그리워하며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비주류의 길을 꿋꿋이 함께 걷는 배우 토니 이, 아트 디렉터 이영선 그리고 제이슨 박이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의 솔직한 스토리에 공감하는 주류 영화인들도 촬영, 조명,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영화는 시나리오 마무리, 준비기간을 거쳐 4월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7월까지 촬영, 편집, 후반작업을 거친다.

자화상 같은 이야기라며 화두를 뗀 김 감독은 "돈이 최고인 사회, 가족의 개념이 사라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1.5세, 4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하는 과감하고 저돌적인 현실로부터의 탈출. 쾌감.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차갑고 잔인한 오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IT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가 배경이다. 부의 상징이 되어 버린 도시에서 '근만'과 그 친구들은 좌충우돌한다. 한국인 부모에게 가정교육을 받고, 미국 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은 메인스트림에서 버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평범하게 회사와 집을 쳇바퀴돌 듯 반복하는 근만은 어느 날 해고통지서를 받는다. 이곳저곳에 인터뷰를 하지만 그를 받아주는 직장은 없다. 그는 집안에 틀어박힌다.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며 하루를 버티는 근만. 무관심한 아내와 장모의 눈치, 대학 졸업 후 빈둥거리는 아들, 자기 방에 처박힌 딸에게 그는 천덕꾸러기다. 근만을 위로해 줄 가족은 없다.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정에서 좌절하는 근만을 통해 그는 실직한, 사업에 실패한 우리들의 친구를 보게 된다.

사정은 친구들도 비슷하다. '우정'은 건축업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됐지만 드센 부인의 끊임없는 요구에 사소한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하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간다. 잘 나가는 IT회사 직원 '민호'는 아내의 가출로 우울증이 심하다. 그나마 아내와 함께 세탁소를 하며 자리를 잡은 '형수'는 넷 중 가장 나아 보인다. 하지만 그는 심장이 좋지 않아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실직, 외톨이, 건강, 우울증, 무관심. 40대가 겪고 느끼는 흔한 감정들과 혼란들이 영화 전반에 투영된다.

감독은 이들에게 변화의 계기를 줘 이를 극복하는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 강도사건에 휘말리며 기억을 잃은 근만.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위장 이혼을 준비하는 형수, 스트레스로 실어증에 걸린 우정. 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헤쳐나가는 오픈 엔딩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결말을 내릴 수 있게 한다.

김 김독은 "삶의 의미와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없는 '우리들'에게 현실을 보여주고 싶다"며 "의미없이 하루를 보내는 관객이라면 그저 그런 하루하루의 끝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험난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그리고 주변의 40대 가장들을 보다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굿맨'은 스토리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자는 취지로 소셜펀딩, 인터넷 모금 사이트인 '인디고고(http://igg.me/at/agoodman)'에도 영화에 대한 소개를 올리고 제작비를 후원받고 있다. 총 목표 모금액은 15만 달러. 현재 1만1520달러가 모였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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