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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두 달은 기적의 연속"

60일간 RV 타고 미국대륙여행
한국서 초청 못 잊을 추억 선사

33년의 선물.

아들은 한국에 있는 엄마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LA에서 뉴욕까지, 미국을 횡단하는 것. 그것도 캠핑카, RV를 타고 원하는 대로, 느끼는 대로 여행을 하고 싶었다. 엄마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는 '파아란 하늘'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해 RV로 대륙횡단을 하고온 테리 안(한국이름 승민·33)씨의 첫 마디.

"서옥희 여사. 우리 엄마는 고생만 하셨다. 돈이 생기면 아들과 딸을 위해 사셨다. 70 평생 살면서 여행 한번 못해보셨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는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안씨는 미국에서 9년 동안 일하며 모은 돈과 물건, 모든 것을 처분했다. 그리고 23피트 RV를 구입했다. 이름은 '순둥이'라 붙였다. 노트북과 카메라, 대륙횡단에 필요한 생활필수품도 구입했다. 비상약도 꼼꼼히 챙겼다.

친구들은 무모하다고 말렸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몸도 좋지 않은 어머니를 생각하면 미룰 수 없었다. 어머니가 더 나이 들기 전에 떠나야했다.

어머니가 한국에서 오셨다.일주일 동안은 LA를 돌아다니며 멋진 곳을 보여드렸다. RV 여행 루트도 알려드렸다. 걱정 반 기대 반. 엄마는 조금 들떠보이기도 했다.

9월 15일, 드디어 출발. 안씨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우선 미국 남쪽 끝까지 가는 거야" 엄마에게 말했다.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내려갔다. 큰 차는 뻥 뚫린 프리웨이에 마주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렸다. 심하게 덜컹거리는 RV에 엄마는처음에는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운전하는 안씨 또한 마찬가지. 일주일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안씨는 샌디에이고에서 다시 올라와 40번 프리웨이를 타고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오클라호마를 지났다. 평균 시속 50마일로 달렸다. 낮에는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길을 가고 어둠이 내리면 풍경 좋은 곳에 주차하고 엄마와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도착한 곳에서는 주민들에게 관광지를 소개받았다. 엄마와 함께 여행하는 안씨의 모습은 현지인들의 마음도 한번에 열어주었다.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고 음식도 나눠주고 식당에서는 자리도 배려해줬다.

안씨는 "바람 때문에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경찰이 RV를 세웠다. 이것저것 물어보던 경찰은 엄마와 함께 여행 중이라니까 엄지를 척 올리더니 '멋지다'고 말해줬다"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머니를 보고 거수경례를 하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눈물이 찡했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 도착해 백악관 앞에서 잠을 잤다. RV가 아니라면 해볼 수 없는 추억. 북쪽으로 끝 마을, 메인주의 루벡에서는 등대를 배경으로 엄마와 잊지 못할 사진도 남겼다. 눈앞에 펼쳐진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며 엄마와 신나게 고스톱 한판을 벌였다.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는 기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털털거리는 RV를 끌고 타임스퀘어 광장으로 들어가는 길. 혼잡한 그 거리의 사람들은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양 옆으로 길을 터주며 안씨를 맞았고 광장 안에 '떡'하니 주차하는 행운도 차지했다. 안씨는 엄마의 손을 잡고 광장을 돌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지나가는 관광객도 함께 했다. 안씨는 "비가 엄청 내렸는데 사람들이 환호하며 함께 즐겨주는 그 느낌이 아직도 짠하다"며 "엄마와 함께 가니 두려움도 없고 또 못할 것도 없었다.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이렇게 큰 세상이 있는 줄 모르고 살았다. 아들 덕에 호강한다'고 말할 때는 참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RV는 LA로 돌아오는 길로 방향을 잡았다. 디트로이트, 시카고, 아이오와, 네브래스카를 거쳐 콜로라도. 40여 일을 잘 버텨주던 RV가 탈이 났다. 산맥을 넘기에는 아무래도 힘이 부쳤던 것. 그동안 틈틈이 관리하고 정비를 잘했는데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새옹지마. 차를 수리하느라 보낸 그곳에서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파아란' 하늘을 보여줄 수 있었다. 수리된 RV는 그 다음부터는 탄탄대로. 솔트레이크시티,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요세미티 공원, 샌프란시스코를 지나 LA로 무사히 돌아왔다. 샌타바버러에서는 태평양을 바라보며 멋진 밤도 보냈다.

11월 14일, 그렇게 60일의 엄마와 함께 한 RV 대륙횡단 여행이 끝났다.

엄마는 안씨에게 "젊은이도 못해본 것을 해냈다"는 말로, 가슴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시간 행복하게 살 거라고 했다. 한국에 돌아가 소소하게 여행 다니며 작은 행복을 찾을 거라고 덧붙였다. 또 좋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날 수 있는 여행이 좋을 거라고 말했다.

안씨는 "행복했다. 엄마와 함께 한 두 달은 기적 같은 하루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였다"며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번 여행을 떠올리면 쉬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안씨는 현재 엄마와의 여행을 기록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여행기는 웹사이트((loveofso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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