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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급 아파트는 짓고, 서민 아파트는 미루고

이재희/사회부 차장

LA한인타운 버몬트와 베벌리 인근에 새 저소득층 아파트 '메리디안'이 들어선다. 고급 아파트와 콘도가 주를 이루는 개발 붐 속에 저소득층 아파트 건설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만 할 것도 아니다. 아파트 개발 과정과 결과에서 한인커뮤니티가 놓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아파트의 시작은 윌셔와 버몬트에 있는 럭셔리 아파트 '더 버몬트'다. 더 버몬트를 개발한 업체는 JH스나이더그룹이다. 스나이더그룹은 더 버몬트를 지으면서 2011년 정부기관인 LA커뮤니티재개발국(CRA/LA, 2011년 닫아 지금은 없다)과 연방주택도시개발국(HUD)의 지원을 받았다. 당시 CRA/LA 기금은 이 지역에서 나온 재산세로 조성됐다. 스나이더그룹이 더 버몬트를 개발하면서 받은 정부 지원은 결국 LA한인타운에서 나온 것이다.

10여 개 한인 단체로 이뤄진 코리아타운 아트& 레크리에이션 센터(K-ARC)는 공공기금을 이용하는 만큼 커뮤니티 혜택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한인커뮤니티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CRA/LA까지 나서자 스나이더그룹은 결국, 커뮤니티센터 건립기금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타운 내 96세대의 저소득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비영리단체 파트너로는 한인기독교커뮤니티개발협회(KCCD)가 선정됐다.

그리고 4~5년 만에 메리디안이 착공했다. 하지만 개발업체는 스나이더그룹이 아니다. 앰캘 멀티패밀리 하우징이다. 스나이더그룹은 KCCD와 K-ARC에 앰캘을 소개만 해주고 쏙 빠졌다. 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커뮤니티센터 건립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한 100만 달러는 4~5년이 지나도록 일부만 들어왔다.



스나이더그룹은 정부 지원을 받아 지은 더 버몬트도 팔아치우고 타운에서 쏙 빠졌다. 더 버몬트는 2014년 5월 완공했고 스나이더그룹은 더 버몬트를 같은 해 7월 매각했다. 스나이더그룹은 더 버몬트를 팔고 2억8300만 달러를 받았다. 참고로 스나이더그룹은 3800만 달러에 더 버몬트 부지를 샀고 1700만 달러 가량의 공공 기금을 빌렸으며 전체 개발비로 2억 달러 가량을 썼다.

K-ARC는 계속 스나이더그룹에 100만 달러 기금과 저소득층 아파트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CRA/LA가 폐지된 마당에 스나이더그룹에 이를 이행할 의무는 없었다. 게다가 한인커뮤니티가 이 일에 소홀했다. 커뮤니티센터와 저소득층 아파트를 지어야겠다는 의지가 약했다. 의지는커녕 관심조차 미미했다.

메리디안 착공식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그래도 교훈은 남았다"고 했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오면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이행에 관한 사안도 구체적으로 정해야겠다는 것이다.

타운에서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주민 반대에도 LA시장이 나서 밀어붙여 개발을 허가한 8가와 카탈리나의 고층 주상복합 프로젝트는 그 조건으로 한인커뮤니티는 아니지만 LA시에 서민주택(어포더블 하우징) 신탁자금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어포더블 하우징을 위한 커뮤니티 프로젝트 기금으로 25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LA카운티 정부가 추진 중인 버몬트 선상 4~6가의 대형 프로젝트인 버몬트 코리도는 정부 공공기금으로 개발되는 만큼 커뮤니티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엔 커뮤니티를 위한 기회와 혜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권리를 더이상 뺏겨서는 안 된다. 작은 관심, 작은 목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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