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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손' 아줌마의 무한도전은 계속 된다

[인물 오디세이] DIY공예 전문가 모니카 허

자녀들 장성, 허전한 마음에
각종 공예반 섭렵하며 심취
한국서 전문가 과정도 배워
'금손' 소문타고 강의 인기
야채 키우는 재미 알리고파
지인들과 '텃밭클럽' 운영도
"새로운 분야 더 많이 도전
이웃과 나누는 삶 살고파"


나이 쉰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하나 한 오십년쯤 살고 하늘의 뜻을 다 알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이미 10년 전 깨쳤어야 할 미혹됨 없는(不惑) 삶 역시 미궁 속이고 세상만사 모두 이해된다는 이순(耳順)역시 가늠되지 않는 그 어디쯤에서 떠밀리듯 나이 쉰 줄에 들어선다. 어차피 정답은 없을 터. 그저 내가 걷는 그 순간순간이 정답이라 믿으며 그저 열심히 걸어갈 밖에. 그렇게 50대를 지혜롭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이가 있다. 갱년기, 우울증, 빈둥지증후군 등 50대 아줌마들을 요리조리 괴롭히는 창살을 박차고 나와 누구보다 재미지게 사는 이, 바로 DIY(Do It Yourself) 공예 전문가 모니카 허(55)씨다. 혼자만 재밌는 삶이 아닌 남들과 더불어 행복한 일상을 개척해가고 있는 그녀를 LA한인타운 자택에서 만나봤다.

#LA한인타운 마사 스튜어트

LA 한인주부들 사이에서 그녀는 마사 스튜어트로 불린다.



부산이 고향인 그녀는 결혼 전 우체국 공무원 생활을 하다 친구의 중매로 재미동포인 남편과 결혼해 1987년 LA로 왔다. 열 살도 채 안 돼 모친의 재봉질을 어깨너머로 배워 인형을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던 그녀는 결혼 전 이미 커튼이며 소파커버, 쿠션, 식탁보 등도 직접 만드는 등 집 꾸미기에 남다른 솜씨를 보였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자녀들 옷을 직접 만들어 입혔고 그 옷에 반한 이웃들에게 의뢰를 받기도 하는 등 나름 잘나가는 동네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이처럼 동네에서 그저 솜씨 좋은 주부로만 통하던 그녀가 본격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텃밭 클럽을 운영하면서 부터다. 그렇다고 그녀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 클럽을 시작한 건 아니다. LA폭동으로 남편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아 몇 년간 고전하다 2000년 결혼 후 처음으로 LA한인타운에 아담한 내집을 장만해 뒷마당에 텃밭을 가꾸게 된 것이 그 첫걸음이다.

텃밭에서 상추며 깻잎이며 파, 호박, 쑥갓 등을 키우다 보니 이를 식탁에 올리는 재미도 쏠쏠하고 무엇보다 수확의 기쁨이 너무 커 지인 2~3명에게도 적극 권유해 함께 시작한 것이 그 시초다. 처음엔 지인들 중심으로 그저 텃밭 정보나 나누며 수다 떠는 아줌마들 모임이었던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텃밭 가꾸기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 해 2012년 본격적으로 텃밭클럽을 결성했다. 텃밭클럽에서는 매월 한차례씩 전문가를 초청해 병충해 예방이며 꺾꽂이, 가지치기 등 텃밭관련 강의도 했고 수확한 야채로 비빔밥도 만들어 먹으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함께 웰빙 라이프를 만들어 갔다.

이처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텃밭에서 수확한 야채로 뭐 할게 없을까 하다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야채 효소. 내친김에 효소 만드는 법까지 독학,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또 직접 효소로 맛있는 고추장 담그는 법까지 전파하는 등 웰빙 라이프 전도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좋은 걸 알고 있으면 가만 못 있어요. 하나라도 뭘 알게 되면 지인들에게 꼭 알려야 직성이 풀리죠.(웃음) 혼자만 알고 있음 아깝잖아요. 좋은 건 나눠야 더 행복해지니까요."

#'금손' 아줌마의 멋진 도전

처음 그녀가 공예의 세계에 발을 내딛은 건 2001년 알공예 클래스를 수강하면서부터다. 1남2녀 다 키우고 허전한 마음에, 더 늦기 전에 뭐라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에 알공예를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그 후 비누공예를 비롯 지점토, 캔들, 방향제 공예 등을 내리 수강하며 공예의 세계에 입문했다. 특히 2개월 정도 배운 비누 공예를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 전문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고급반을 수강하기도 했고 최근엔 아예 매년 한국을 방문, 전문가에게 일주일간 새로운 트렌드를 위한 집중 코스를 듣고 오는 등 그 열정이 대단하다.

그렇게 10년간 열심히 배우고 나니 그녀의 솜씨가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도 하나 둘 생겨났다. 덕분에 거라지를 개조해 만든 그녀의 공방엔 공예에 관심 많은 아줌마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따로 수강료는 없었다. 배우고 싶은 열정이 있는 이들이라면, 공예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혹은 함께 모여 수다를 떨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대환영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뒤뜰 공방은 LA한인타운 아줌마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아 갔다.

이처럼 곰손(손재주가 없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타고난 금손인 그녀의 솜씨가 빛을 발하면서 현재 그녀는 한미여성회(KAWA)에서 캔들, 비누, 방향제 화장품 만들기 클래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매주 목요일이면 자택 공방에서 재료비 정도만 받고 개인교습도 실시하고 있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업이 돼 버린 것이다.

#나누며 사는 행복

"배움에 늦은 나이란 없는 것 같아요. 또 배우다 자신의 적성을 발견해 아예 이를 사업으로 연결시킨 이들도 있어요. 무엇보다 제 나이의 많은 주부들이 갱년기로 혹은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데 무언가를 만들며 집중하는 그 시간 자체가 힐링이 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주부들끼리 모여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이처럼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지난 해 봄 성인학교에 등록해 영어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엔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는 등 청년들보다도 더 바쁘고 활기차게 살고 있다.

"올 가을엔 커뮤니티칼리지에 등록해 요리 클래스를 수강해 보고 싶어요.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앞으로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기 위해선 더 늦기 전에 관심 있는 것들을 배워보고 그렇게 배운 것들을 이웃들과 나누며 살아가고 싶어요."

이처럼 나누는 삶에 대한 기쁨을 아는 그녀는 해마다 성탄절이면 예쁜 리스를 만들어 기금마련 행사에 도네이션도 하고 성당의 각종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그녀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 가 재능기부를 마다 않는다.

혼자만 잘 살면 재미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그녀는 이미 터득한 듯 싶다. 지천명이 따로 있으려나. 이미 우리가 유치원에서 다 배운,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와 기쁨을 그저 하루하루 실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지천명의 시간을 한발자국씩 걷다보면 세상만사 모든 일에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도 자연스레 찾아오리라.

▶문의:(213)447-3279


이주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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