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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부시 가문의 영광과 좌절

김완신/논설실장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기 시작했을 때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트럼프의 '반짝' 인기는 대선 본 무대의 흥행을 돋우는 수준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군소 후보들이 난립해도 결국은 공화당 젭 부시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대결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공화당 수뇌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부시는 대선주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화려한 정치 명문가에서 출생해 플로리다 주지사를 거치면서 풍부한 행정 경험을 쌓았다. 적을 만들지 않는 특유의 친화력과 전국적인 지명도도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여기에 공화당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소수계 표심잡기에도 적합한 인물이었다. 멕시코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한 덕분에 스패니시가 완벽하고, 멕시코계 부인을 두어 히스패닉과의 정서적 친밀감도 장점이었다. 미국인들이 부시 가문에 가졌던 '피로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강점이었다.

2012년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도 공화당 지도부는 막판까지 부시의 출마를 기대했다. 당시 '개인적이고 가정적인 이유'를 들어 출마를 포기했던 젭 부시가 2015년 말 대선출마를 공식 발표하자 지지율은 일시에 23%로 급등해 1위에 올랐다. 도널드의 인기를 단번에 누를 기세였다.

그런 젭 부시가 캠페인의 마지막 보루였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지지율이 낮자 경선포기를 선언했다. 어머니와 형 조지 W 부시까지도 선거캠페인에 참여해 불씨를 살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07년 그가 주지사직을 떠난 뒤 변화한 민심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비전통적인 아웃사이더들이 돌풍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인사이더 방식의 선거 캠페인을 고수했던 젭 부시의 오판이었다.



젭 부시는 아이오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부시 가문의 3번째 대통령의 꿈을 접었다. 가문의 후광과 공화당 고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최고의 캠페인 전문가를 고용해 막대한 선거자금을 퍼부었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젭 부시의 탈락은 한 후보의 경선 포기이지만 정치 명문가의 퇴조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기성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부시를 돌려세우면서 백악관을 향한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하원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도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전망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도 트럼프가 경선에 승리해도 대통령 후보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종전과는 달리 인정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H 헤스의 저서 '미국의 정치 명문가(America's Political Dynasties)'에는 미국 역사상 10대 정치 명문가가 나온다. 1위 케네디 가문을 필두로 루스벨트, 록펠러, 해리슨, 애덤스에 이어 부시 가문은 6위에 올랐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안 배경에 젭 부시의 개인적 능력이 합쳐져 명문가의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가문 부활의 희망은 멀어져 갔다.

개인적인 능력을 중시하는 미국이지만 가문의 전통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버드 경제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에 발표한 통계를 보면 대통령의 아들이 대통령이 될 확률은 일반인의 아들보다 약 140만배 높다. 엄청난 확률적 우위를 갖고도 부시는 정치 신인이 몰고온 돌풍에 쓸쓸히 퇴장했다. 기성정치의 낡은 관행에 식상한 미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이번 대선은 정치개혁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정치 명문가의 퇴장과 아웃사이더의 출현이 가져올 미국 정치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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