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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100달러 찍지 말자"는 탈현금의 시작?

안유회/논설위원

지난 16일 로렌스 서머스 전 연방재무장관이 워싱턴포스트지 기고문에서 고액권인 100달러의 발행중단을 주장했다.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서머스의 주장이 나오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사설과 칼럼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물밑에서 거론되던 고액권 중단의 공론화 계기로 여겨지는 서머스의 주장은 하버드대학의 피터 샌즈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샌즈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악당을 힘들게 하기:고액권 폐지의 사례'에서 고액권 발행 중단으로 탈세와 테러, 뇌물 등 범죄에 사용되는 비즈니스 모델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샌즈 교수는 고액권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전자식 결제방법이 풍부한 근대경제에서 고액권은 합법적인 경제영역보다는 지하경제에서 역할이 더 크다는 것이다.

고액권 발행중지 주장은 표면적으로 범죄를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세수확대와 효과적인 마이너스 금리 시행과 연관성이 도드러지고 있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소득세 누락은 385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해 연방정부 예산적자가 2500억 달러였으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2011년 이코노미스트 케빈 파이기 등의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세 누락 규모는 더 커졌다. 미국내 소득 가운데 미신고 규모는 전체의 18~19%로 이로 인한 소득세 누락은 5000억 달러에 이른다. 전체 지하경제 가운데 사법당국에 적발되는 것이 1%에 불과하다는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하면 지하경제를 옥죄면서 거둘 수 있는 세수확대는 천문학적이다.

현금이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주장도 눈여겨 볼 만하다. 유럽과 일본의 시행에 이어 미국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에 최대 걸림돌은 고액권이다. 스위스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시행 이후 1000프랑 지폐의 수요가 급증했다. 금리가 -0.50%인 스위스에서 100만 스위스 프랑을 은행에 맡기면 연 5000달러의 보관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정책을 가로막는 현금에 대한 비판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샌즈 교수도 논문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현금에는 도입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고 같은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도 현금을 없애면 금융위기 시 제로금리의 한계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정책적 효과를 위하여 현금 퇴출을 강하게 주장하는 씨티은행 윌렘 비터 수석 이코노미스트처럼 현금 억제 정책에 동조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머스의 주장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의 서막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액권이 많을수록 금리정책은 빛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서머스의 주장은 현금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2015년 말 현재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1조3800억 달러 가운데 100달러권이 1조80억 달러를 차지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해외에 있다는 추산도 현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만들었다. 크레딧카드와 데빗카드, 온라인 뱅킹의 활성화에도 1994년 2290억 달러 정도였던 100달러권이 급증한 것은 고액권이 지불 수단이 아니라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변질됐으며 이것이 경제 활성화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금 억제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지난 15일 500유로 지폐 발행의 중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1000유로 이상의 현금 결제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벨기에, 러시아, 멕시코, 우루과이도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결제를 금지했다. 미국에서 1만 달러 이상 현금 입금 신고를 의무화한 것도 이런 흐름의 하나다.

서머스의 발언을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금, 특히 고액권에 대한 공격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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