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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가장 인간적인 게 가장 신적인 것

이규용 신부 / 미리내천주성삼성직수도회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어느 주일이었다.

교황은 바티칸 광장에서 수많은 군중과 주교들, 신부들과 함께 전세계에서 뽑혀 온 젊은이들의 견진성사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다.

견진성사 미사가 끝나고 교황께서는 군중과 인사를 나누기 위하여 교황 전용 자동차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교황을 가까이에서 인사하고 싶었던 신부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호원들의 제지를 억지로 뚫고 교황께 접근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덕분에 그 자리에 있었던 나도 그 분과 직접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영광을 얻었지만 교황께서는 예정에도 없이 사제석에 있었던 백여 명이 넘는 신부들과 하나하나 직접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놀라웠던 것은 70대 후반의 고령에도 교황께서는 조금도 힘들어 하거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만남을 소중하게 반기면서 덕담까지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어디서 왔습니까?"

"한국에서 왔습니다"

"오, 한국인들은 매우 훌륭하지요"

"한번 오십시오!"

"조만간 가게 될 것입니다".

이 짧은 대화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이듬해 교황님은 실제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마냥 천사같이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만 같았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최근 분노하시는 장면이 찍혀 화제다.

지난 17일 멕시코 방문 중 지나치게 들뜬 멕시코 군중이 교황님의 팔을 잡아당겨 앞의 휠체어에 앉아 있던 장애인 소년 위로 넘어질 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교황님은 몹시 놀라 매우 화난 표정으로 "이기적으로 굴지 말라"고 군중을 향해 강하게 질책했다.

이 영상은 생방송으로 멕시코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대다수의 네티즌은 충분히 화가 날만한 상황이었고 교황도 사람이니 화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평하였다.

낼 때는 내야하는 것이 화다. 때로는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것이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더 얻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성경에서 예수께서도 당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셨다. 때로는 탄식도 하셨고, 슬퍼하시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으며 "독사와 같은 족속들아!"(마태 12, 34) 라며 폭언을 퍼붓기도 하셨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만 하면 엉뚱한 곳에서 폭발한다. 감정은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으로서 조절하고 다스리는 것이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되었다면 인간성 자체가 이미 신성을 담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완전한 신이었던 예수님도 죄 외에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인간적인 면모를 가졌다. 그렇다면, 억지로 하느님 흉내를 내며 거룩한 척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닌가. 다만,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성을 완성시키는 것이 곧 신성에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신적인 것이다.

platerlk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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