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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셜미디어 시대의 6가지 '감정'

[LA중앙일보] 발행 2016/03/04 미주판 11면 기사입력 2016/03/03 21:18

오세진/디지털부 기자

몇 번이고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했다. 친구 페이스북에 남긴 생일 축하 메시지 말이다. 남들처럼 '생일 축하해' 한 마디만 남기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는 게 아닐까 고민이 됐다. "그래도 20년 넘게 우정을 쌓았는데…." 그렇다고 지나간 옛 추억까지 꺼내면서 거창하게 축하 메시지를 남기자니 그것도 망설여졌다. 다른 친구들이 "오글거린다", "산적 같은 녀석이 소녀 감성 흉내 낸다"는 식의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달게 뻔했다. 10여 분을 고심한 끝에 짧은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생일 축하해. 오늘 하루 맛난 음식 실컷 먹어라!"

몇 시간 만에 후회가 밀려왔다. '하고 많은 말 중에 맛난 음식을 실컷 먹으라니….'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었다.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어디에도 진심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쓰던 딱 그 수준이었다. 그때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온 '친구야, 생일 축하해. 앞으로 더욱더 친하게 지내자'라는 샘플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그래도 며칠 전부터 친구에게 필요한 학용품이 뭐냐며 선물 고르는 데 만큼은 정성을 쏟았던 시절이었다. 겉은 어엿한 성인이 되었지만, 친구 생일 축하하는 수준은 제자리에 머문듯했다.

동갑내기 다섯이 모인 자리에서 물었다. 소셜미디어에서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전해야 할 때 뭐라고 쓰는지가 궁금했다. 자칭 'SNS 달인'이란 친구는 "솔직한 마음을 담는 때가 거의 없다"고 고백했다. 회사 페이스북 계정 담당자인 친구도 "'고맙다', '축하한다', '멋지다' 같은 표현은 왠지 모르게 거짓말처럼 느껴진다"고도 털어놨다. 특히, "페북 알림으로 생일인 걸 알고서도, 모른 척하기가 미안해 '생일 축하해'란 글을 진심 없이 남긴다"는 말이 큰 공감을 얻었다.

최근 페이스북은 5개의 새로운 이모지(Emojis·감정마크)를 도입했다. '좋아요(Like)' 외에는 게시물에 다른 감정 표현을 할 수 없었던 사용자들은 '최고예요(Love)', '웃겨요(Haha)', '멋져요(Wow)', '슬퍼요(Sad)', '화나요(Angry)'의 이모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 측은 "소통 방식이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표현을 규격화함으로써 오히려 소통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의견이다. UC버클리의 클라우드 피셔 교수는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6가지로만 표현할 수 있겠나. 획일화된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더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규격화란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버즈피드(BuzzFeed)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의 '좋아요'란 이모지는 이미 진심을 잃은지 오래다. 버즈피드는 "대수롭지 않게 그냥 누른 것, 좋아요는 커녕 무관심의 표현"이라고 조사 결과를 풀이했다. 이모지가 다양해 졌으니, 이제 굳이 생각을 댓글로 남기는 행위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진짜 생각을 감춘 채 이모지 하나만 남긴다는 거다.

소셜미디어는 우리 시대의 발전한 새 공론장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 공론장은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때 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모지, 규격화된 표현법에만 의존해서는 공론장의 기능을 살리기는 어렵다. 진심을 담은 나만의 댓글에 '오글거린다'는 답글이 달려도, 할 건 해야겠다. 친구에게 남긴 생일 축하 메시지를 고쳤다. 마음 가는 대로, 산적의 소녀 감성일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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