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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기자 칼럼] 이 땅에 살기 위하여

<김종훈 사회부 차장>



"이 땅에 살기 위하여 / 떠밀려서 왔더라도 / 떠밀려 살지 않기 위하여 / 씨 뿌리는 마음으로 / 우리는 이제 새 맘으로 / 시작하여야 한다 / 오천년의 쓰라린 역사 /꺽이지 않는 질경이 처럼 / 이 땅에 자랑스런 코리안으로 / 수많은 형제들과 어깨를 걸고 / 당당하게 거대한 이 대륙에 / 꿋꿋히 서기 위하여 / 튼튼한 뿌리를 / 땅속 깊이 내려야 한다."

요즘 한인 행사장에 가면 이따금 들을 수 있는 노래 '이 땅에 살기 위하여'의 가사가 요즘엔 더욱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올초 뉴욕한인의 밤 행사와 최근 아름다운 재단 창립식에서 가수 신윤미씨가 불러 청중들을 감동시킨 바로 그 노래다.



이 노래는 지난 90년대 중반 청년학교 교육부장이었던 최용탁씨가 가사를 쓰고 뉴욕한인문화패 비나리 단장을 지낸 청년학교 정승진 회장이 곡을 부쳤다.

지난 96년 청년학교가 로스앤젤레스 민족학교와 시카고 교육문화마당집 등 다른 단체들과 함께 최초의 한인 전국 민권단체를 꿈꾸며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를 결성했을 때 창립대회에 모인 수백여명의 한인들이 이 노래를 합창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인 민권 운동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얼마 뒤 연방의회가 개정이민법과 새웰페어법 등 반이민법 제정을 시작했다. NAKASEC은 이에 반대하는 운동을 줄기차게 벌였고 90년대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불법체류자 사면운동에 나섰다. 그리고 언제나 NAKASEC과 청년학교의 행사장 등에서는 이 노래가 등장했다.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권익활동에 참여한 1.5세와 2세들에게 감동을 준 이 노래는 이렇게 입과 악보로만 수년간 생명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00년대 들어 미국에 와서 청년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가수 신윤미씨가 이 노래를 듣고 본격적으로 불렀다. 몇년 후 CD로 녹음까지 했고 이제는 언제든지 들을 수 있게 됐다. 청년학교 인터넷 웹페이지(www.ykasec.org)에 가면 이 노래가 배경에 흘러나오고 다운로드도 받을 수 있다.

이 노래가 진정 '아름다운' 이유는 코리안 아메리칸 1세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형제들과 어깨를 건다'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다. 청년학교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우리가 흔히 '외국인'이라고 잘못 부르는 다른 민족을 타민족 '형제'로 부르기 시작했다. 흑인 형제 히스패닉 형제 등 같은 소수민족.인종으로서 미국에서 힘을 합쳐서 살아가야 할 타민족에게 친근감을 갖기 위해 '형제'란 말을 썼다는 것이다.

'깜둥이 맥짝' 등 타민족을 업신여기는 말투가 많았던 당시 한인사회의 배타적인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도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위축되기 쉬운 이민 초기사회의 분위기를 극복하려는 절박함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당당하게 꿋꿋하게' 등에는 이같은 의기가 강하게 배어있다.

이 노래는 점차 한인사회에 널리 보급됐다. 앞으로 2세들에게 1세들의 초기 이민역사를 알리는 발자취로도 남게 될 것이다. 이민자 권익과 민권을 위해 자랑스럽게 일어선 한인들의 '찬가'로 길이 전해질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요즘 이민법 개혁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민사회 '형제'들과 힘을 합하는 한인사회의 모습이 이미 10여년 전에 만들어진 노래말에 그대로 담겨 있는 점도 놀랍다.

1일 미 전역에서 다시 한번 이민자 권익 향상을 위한 함성이 울려퍼졌다. 이 땅에 당당하고 꿋꿋히 그리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살기 위해서 '수많은 형제'들이 힘을 합해 떨쳐 일어서고 있다.

nykjhn@joongang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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