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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취재도 '사랑 3년차 법칙' 처럼

[LA중앙일보] 발행 2016/03/0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3/07 20:39

오수연/경제부 차장

사랑을 시작하면 체내에 호르몬이 형성된다. 이 호르몬이 유지되는 기간은 3년. 3년도 안 된 연인을 떼어놓으려고 했다가는 연인 간의 애틋함만 더할 뿐이다.

사랑을 시작한 첫 해. 풋풋하다. 서로가 마냥 좋을 때다. 2년차가 되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해 나간다. 3년차가 되면 서로의 장단점까지 다 파악이 끝난 상태다. 버릴 건 버리고 포용할 건 포용한다. 사랑이 더욱 성숙해 지는 시기다. 물론 긴장감 없는 권태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기자 일도 어떤 면에서 비슷하다. 부서를 옮겨서 새로운 취재처를 맡게 되면 첫해에는 모든 것이 새롭다. 이때는 좀 수박 겉핥기식 기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신선한 스타일의 기사들이 툭툭 터져나오기도 한다. 2년차가 되면 취재처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시기다. 깊이가 배어있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꽃을 피우는 것은 3년차가 되면서다. 이미 취재처에 대해 빠삭하게 파악하고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쌓여 있다. 새로운 관점에서의 기사와 분석이 들어간 깊이 있는 기사를 나오는 시기다. 물론 매너리즘에 빠져 그저 비슷비슷한 기사를 써내릴 수도 있지만 말이다.

레저를 맡은 지 만 2년 만에 다시 경제부로 부서를 이동했다. 레저에 대한 사랑 호르몬이 나오고 있는 3년을 다 채우지 못해서 인지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2년 동안 산으로 바다로 참 많은 곳을 정말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다. 당일치기로 가볼 수 있는 남가주 내 여행코스는 지난 10년간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가본 곳보다 훨씬 더 많이 가보지 않았나 싶다.

타고난 체질도 레저와 딱 들어맞았다고 자부했다. 10시간 가까이 바다낚싯배를 타고 2박 3일간 세일링 요트 여행에서도 뱃멀미 한번 하지 않았다. 높은 산에 오르면 많은 산악인들이 고산증에 시달렸지만 높이 올라도 머리는 말끔했다.

직접 해봐야 성이 풀리는 성향도 딱 들어맞지 않았나 싶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레저를 맡고 간 첫 산행은 30년 만에 다시 오픈했다는 피시캐년 트레일. 짧은 코스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제대로 코스조차 파악하지 않고 홀로 오른 산행은 무모, 단풍 취재를 하겠다며 애로헤드산에서 반 구르다시피 하며 길도 없는 가파른 계곡을 내려간 것도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만 나온다.

그렇게 자연에서 뒹굴다가 도시를 돌아다니며 취재를 하려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타운 점심값에 신경을 써야하고 개스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새로 문을 연 식당은 없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계속 떠나간 사랑에 목을 매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로 찾아온 사랑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조금만 생각을 전환하면 얼마든지 또 다른 재미와 장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여행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감상하면 된다. 산의 고도가 어떻게 되는지 몇 마일을 올라왔는지 섬 면적은 얼마나 되는지 굳이 묻고 따질 필요도 없다. 사진을 찍느라 아름다운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일도 없다. 반대로 알뜰살뜰 쇼핑을 위한 세일정보도 알 수 있고 새로 오픈한 맛집들도 먼저 가 보는 일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오늘 앞에 닥친 일이 힘에 겹더라도 살짝 발상을 전환하면 조금 더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이제는 도시를 즐길 때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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